'정의란 무엇인가'로 정의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가 새로 출간됐다.

원제가 '공공철학'(Public Philosophy)인 이 책은 사실 국내에는 두 번째 소개되는 것이다.

출판사 와이즈베리는 "'왜 도덕인가'란 제하의 기존 책을 전면 재번역하고 원서와 다소 차이가 있는 구성을 바로 잡았다"고 6일 설명했다.

샌델 교수가 잡지나 일간지 등에 과거 게재했던 평론 31편을 모아놓은 이 책은 도덕적 문제가 정치적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미국의 현실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다.

가령 미국에서 중요한 정치 이슈인 낙태 문제에 대해 정치·정책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 선택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있는데 낙태에 대한 찬반과 무관하게 이런 식의 접근은 잘못됐다는 것이 샌델 교수의 이야기다.

만약 낙태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라면 개인 선택의 문제로 둬선 안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는 것이 샌델 교수의 주장이다.

샌델 교수의 문제 인식은 공동체 내에서의 도덕적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정치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모두 3부로 구성된 책을 통해 자신의 이 같은 생각을 펼친다.

1부에서는 미국 정치의 전통과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어본 뒤 2부에서 소수집단우대정책, 배아줄기세포 지원, 낙태, 동성애 등 미국 내에서 특히 첨예한 도덕적·정치적 문제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개인의 권리와 선택이라는 관점이 민주 사회를 위한 적절한 접근법인지를 물으며 정치와 사회 공동체가 이런 논쟁을 회피하는 경향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도덕적 문제가 공적 영역에서도 논쟁이 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이런 논쟁이 이른바 자유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3부는 자유주의 철학의 이론적 토대 등에 대해 탐구하는 이론적인 글로 채워졌다.

책에는 원서에 없는 새로운 글도 수록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라는 두 인물이 미 대선 가도에 갑작스럽게 뛰어든 배경을 조망한 내용으로, 저자가 지난 2월 28일 '가디언'에 게재한 글이다.

샌델은 이와 관련, 빈부 격차 심화로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면서 나타난 상황으로 해석한다.

안진환·김선욱 옮김. 416쪽. 1만6천원.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