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경기 가평군 설악도서관의 미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설악도서관 제공
어린이들이 경기 가평군 설악도서관의 미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설악도서관 제공
서울춘천고속도로 신천IC를 벗어나 5분 정도 달리면 경기 가평군 설악면을 내려다보는 언덕배기에 들어선 도서관과 마주친다. 2009년 문을 연 가평군립 설악도서관이다. 이곳은 청평호가 가깝고 산세가 험준하지 않아 사람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인구가 많지 않아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설악도서관은 도서관을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바꿀 방법으로 동아리 활동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대신 도서관을 지역문화 중심지로 조성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청심국제고 학생과 관내 초·중등학생의 멘토-멘티 프로그램, 아이들을 위한 미술 교육, 지역 어머니들의 동화 구연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방 도서관은 대도시에 있는 도서관보다 인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악도서관은 지역인재 풀을 활용한 ‘재능기부’에 눈을 돌렸다. 마침 설악면에 있는 청심국제고 학생들도 봉사 활동에 관심을 보여 2013년부터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육 프로그램 ‘새싹 영어반’을 운영했다.

학생들의 열의가 높자 설악도서관은 지난해 4월부터 지역 아이들과 청심고 학생의 멘토링 프로그램 ‘지식UP 멘토 & 멘티’를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멘토와 멘티가 만나 1시간가량 공부하고, 학교 생활 등 다방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청심고 3학년 안여린 양(19)은 “중학교 1학년이 된 멘티에게 영어, 역사를 가르치면서 나도 공부가 된다”며 “1주일에 한 번씩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 학업에 지친 마음이 치유된다고 말하는 멘토도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고향이 가평인 화가 갈현옥 씨는 2013년부터 그림 동아리 ‘싹 어린이 미술반’을 운영하고 있다. 간단한 그림 그리기부터 화분 기르기까지 아이들의 감성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수년째 봉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도서관에서 강사료를 지급하려고 했지만 극구 사양하며 재능기부로 반을 이끌고 있다. 도서관 측은 사진동아리, 청심국제고 학생이 주도하는 영어연극 동아리도 올해 새로 운영할 예정이다.

설악도서관을 비롯한 군내 도서관 운영 책임을 맡은 유양덕 가평군평생교육사업소장은 “지역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선택한 동아리 운영이 정착돼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