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기애'는 도수 높은 술…취하기 시작하면 약 아닌 독
트럼프 모기지, 트럼프 파이낸셜, 트럼프 레스토랑, 트럼프 셔틀….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자기애(自己愛)가 무척 강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자신과 관련한 모든 회사와 제품에 자기 이름을 넣었고, 항상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해 큰소리로 자랑한다.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받는 킴 카다시안, 레이디 가가 등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2013년 레이디 가가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당시 ‘어플로즈(Applause)’란 노래를 발표했다. 가사는 이렇다. “나는 박수, 박수, 박수를 위해 살아요.” 나르시시즘(자기애)의 시대를 더없이 솔직하게 인정하고 찬양하는 노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수석편집자 제프리 클루거가 쓴 《옆집의 나르시시스트》는 우리 주변의 나르시시스트들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언제부터인가 ‘러브-미-이즘(love-me-ism)’이란 신앙에 빠져들었다고 분석한다. 실시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녁 메뉴 사진을 올리고, 어디서나 ‘셀카봉’을 휘두르며 셀카를 찍어 올리기 바쁘다. ‘나를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는 듯 말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기애를 지니고 태어난다.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다. 문제는 나르시시즘이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과장된 자의식을 가진 사람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며 “자신이 조명받지 못하면 위축되고,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성과만 가로채는 상사, 주목받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정치인, 오만한 언행을 일삼는 기업가 등을 우리 주변의 나르시시스트로 지목한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도 직원들에게 막말을 일삼는 나르시시스트였다. 저자는 “세상에는 독창적이거나 용감한 나르시시스트도 많다”며 “하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만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나르시시스트가 되지는 말라”고 말한다. 전지혜 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는 “자아도취에 빠져 타인을 배제하는 사고방식은 과시, 탐욕으로 이어져 자신을 파괴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며 “사회생활을 앞둔 대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