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천경자 '여인'
“정(情)과 미(美), 무욕(無慾)에 대한 신(神)의 가호가 있어야만 인간의 삶과 예술은 향기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화단의 여걸’로 통했던 천경자 화백(1924~2015)은 평생 이 말을 진리처럼 여겼다.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를 여성 화가로서 마주한 그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한민족의 애절한 통한과 아름다움, 무욕의 정신을 화폭에 풀어냈다. 그의 작품 속에 여자들이 자주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82년에 그린 이 작품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잡아낸 ‘미인도’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외로움과 고독에 싸인 여인의 머리에 화려한 꽃을 그려넣어 ‘정’과 ‘미’를 동시에 우려냈다. 우수에 젖은 검은 눈매에 얼핏 비치는 설렘은 고독한 감정을 극대화한 장치로 여겨진다.

오랜 시간 화실에서 작업하며 켜켜이 쌓인 외로움을 이 여인을 통해 해소하려 한 것일까. 극도의 고독감과 외로움은 묵직한 바위 덩어리처럼 다가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