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이 다음달 9일 여는 봄경매에 추정가 13억~20억원에 출품된 천경자의 ‘정원’.
K옥션이 다음달 9일 여는 봄경매에 추정가 13억~20억원에 출품된 천경자의 ‘정원’.
지난해 작고한 천경자 화백의 1962년 대작 ‘정원’(124.3×151.6㎝)이 추정가 13억~20억원에 경매에 나와 자신의 작품 낙찰 최고가에 도전한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다음달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올해 첫 메이저 봄 경매에 천 화백의 ‘정원’을 출품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천 화백의 경매 최고가 작품은 2009년 K옥션이 판매한 ‘초원Ⅱ’로, 당시 낙찰가는 12억원이었다. 이번에 추정가 이상으로 판매되면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

K옥션은 이번 경매에 천 화백 그림을 비롯해 수억원의 고미술품과 국내외 근·현대 미술품 172점을 내놓는다. 추정가 총액은 101억원 규모로 작년 12월 경매(117억원)와 비슷하다.

K옥션이 이번 경매에 전략 상품으로 출품한 ‘정원’은 1960년대 천 화백의 채색화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1962년 국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음료수병이 놓인 원탁을 사이에 두고 두 여성이 대화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정원을 푸른 색조로 그려 천 화백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한(恨)의 정서를 체감할 수 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이 그림은 붓질을 여러 번 해 미묘한 색감과 모호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2007년 K옥션 가을경매에서 11억5000만원에 낙찰된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9억4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1958년작 ‘창공을 나는 새’도 추정가 12억~18억원으로 다시 나온다. 푸른 달을 배경으로 무한한 공간을 나는 새를 푸른 색과 노란 선으로 응축해낸 작품이다. 김 화백이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던 시기의 전형적인 구도와 색감을 보여준다. 한가롭게 담소하는 두 남성의 평화로운 일상을 표현한 박수근의 ‘대화’(5억~8억원)를 비롯해 장욱진 도상봉 이우환 권영우 정상화 박서보 화백 작품도 경매에 나와 새 주인을 찾는다.

고미술품으로는 명필로 이름난 석봉 한호의 서첩인 ‘석봉서(石峯書)’ 세 권이 추정가 5억~7억원에 나온다. 천(天), 지(地), 인(人)으로 구성된 석봉서는 한호의 다양한 서체가 집대성돼 있는 작품이다. 이 밖에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됐을 때 쓴 ‘문산자지(文山紫芝)’와 흥선대원군, 우봉 조희룡, 학산 윤제홍 등의 서예 작품이 공개된다. 출품작은 다음달 9일까지 신사동 K옥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02)3479-88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