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열 "서울시향 제자리 찾기에 온힘…난관 뚫고 가야죠"
“혼란스러운 상태지만 ‘오케스트라를 살려야겠다’는 단원들의 의지가 커요. 그 힘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난해 말 사임한 뒤 최수열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37·사진)의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지난달 16~17일 서울시향의 올해 두 번째 정기공연 때 정 전 감독 대신 말러 교향곡 6번을 지휘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우리동네 음악회’ 등 시민 프로그램을 오롯이 혼자 꾸려가야 한다. 어수선한 시향 분위기를 다독이는 것도 그의 몫이다. 24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그를 만났다.

일단 ‘급한 불’은 잘 껐다. 최 부지휘자는 무리한 일정에도 말러 교향곡 6번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단원들이 한마음이 돼 연주한 것이 관객에게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과 단원들이 저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보는 시선이 느껴졌어요.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시향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큰일이다’는 의무감이 강했죠. 잘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공연 첫날 엄청 긴장했어요. 힘 빼고 연주한 둘째 날 공연이 더 좋았지만, 박수는 첫날 더 많이 나왔죠.”

리허설 때 흔들리는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감독님이 없어서 중심이 없는 건 사실인데 소화해야 할 공연은 빼곡합니다. 단원들의 생각이 다 같을 순 없을 텐데, 모두 강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 고마울 따름입니다.”

2013년 정 전 감독의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 최고점을 받아 이듬해 부지휘자로 발탁된 그는 야외공연 등 시민 프로그램을 주로 맡고 있다. 객원 지휘자의 대곡 연주를 앞뒀을 때 연습 지휘를 맡지만, 평소에는 상임지휘자의 보조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정 전 감독님의 뜻이었어요. 그래서 업무에 큰 변화는 없지만, (정 전 감독과) 나눠 맡았던 시민 프로그램을 거의 혼자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느껴집니다.”

최 부지휘자는 클래식에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 ‘음악극장’, 본 공연 전 리허설 장면을 싼 값에 보여주는 ‘리허설룸 콘서트’ 등 새 프로그램을 제안해 운영하고 있다. “시향과 함께 새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는 ‘지속성’을 염두에 둡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공연 형태를 고민하죠.”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상임지휘자) 선정 과정은 아직 시작 단계다. 통상 상임지휘자 선정에는 2~3년 이상 걸린다. 정 전 감독이 지휘할 예정이었던 시향 정기공연은 올해 6회 남아 있다. 대체할 객원 지휘자들은 거의 확정된 단계로 다음달 중 발표된다. “상임지휘자가 없어 지난한 세월이 이어지겠지만, 단원 모두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따뜻하게 지켜봐주세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