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빅쇼트’는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라 불린 부동산담보대출 부실로 초래된 미국과 세계 금융위기 실화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극심한 혼돈의 와중에서 부실 징후를 먼저 알아챈 네 명의 천재들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극중 크리스찬 베일은 13억 달러, 스티브 카렐은 10억 달러, 브래드 피트 팀은 8000만 달러, 자레드 베넷은 4700만 달러를 각각 챙겼다. 이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 정철진 경제평론가의 도움말로 살펴본다.

바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빅 쇼트’ 즉 ‘위대한 매도’를 통해서다. 파생상품 거래에서 가격 상승에서 수익을 올리는 포지션은 롱 포지션, 가격이 하락할 때 돈을 벌면 쇼트 포지션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롱을 잡았다”“쇼트를 쳤다” 식으로 말한다. 따라서 빅 쇼트란 거대한 매도, 의역하면 위대한 매도를 했다는 뜻이다.

핵심 인물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분)가 돈을 번 방법을 이해한다면 모든 게 풀린다. 다른 천재들의 방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버리는 골드만 삭스를 찾아가 뱅커들에게 “미국 부동산을 쇼트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상품은 없다. 그러자 버리는 부동산 CDO를 놓고 골드만삭스와 CDS 계약을 맺자고 말한다.

CDO는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의 약자로 ‘부채담보부증권’이란 파생상품이다. 집 사려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은행들이 받은 다양한 채권을 조합해서 증권화시킨 것인데, 이 CDO는 돈 빌린 사람들이 빚만 잘 갚으면 일정 수익을 꾸준히 올리는 상품이다. 당시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 CDO를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팔아 짭짤한 수수료를 챙겼다. CDS (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란 일종의 보험계약이다.

CDO를 놓고 CDS 계약을 하자는 의미는 “CDO가 완전히 망하면, 즉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나면 나에게 그 액수만큼의 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대신 CDS 매수자인 버리는 꾸준히 매달, 혹은 분기별로 보험료(프리미엄)를 내야한다.

이 제안에 뱅커들은 웃으며 수락한다. 주택시장이 망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거다. 그러니까 버리가 지급하는 CDS 프리미엄은 그야말로 공짜 돈인 셈이다.

결과는 CDO가 휴지 조각으로 끝났다. 신용불량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은 차용증서를 한데 묶어서 CDO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의 뇌관이다.

그러나 버리가 돈을 벌려면 여기서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이론대로라면 그냥 끝까지 들고 있으면 된다. 그러나 계약 당사자들(대형 투자은행)이 부실로 초래된 엄청난 액수의 CDS를 물어주는 순간 부도가 나서 약정한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중간에 포지션을 환매해야 한다.

버리의 프리미엄은 처음에는 낮았다. 하지만 CDO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프리미엄은 올라간다. 버리는 높아진 프리미엄에 자신의 CDS 매수 포지션을 골드만 삭스에 되사라고 요구한다. 바로 ‘빅 쇼트’다. 골드만 삭스는 프리미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간 환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버리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월가의 역사를 새로 썼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