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페트라로 들어가는 협곡
요르단 페트라로 들어가는 협곡
영화 '마션' 속 광활한 사막…'지구의 붉은 별' 요르단에서 화성을 만나다
영화 ‘마션’에서 맷 데이먼이 화성판 ‘삼시세끼’를 찍으며 고군분투하던 곳은 어디일까?

‘만추’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겼던 곳은?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의 줄리아 로버츠가 안식을 얻은 그림 같은 풍경은 어디일까?

영화 속 촬영지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영화 속의 낭만에다 빼어난 풍경까지 갖추고 있는 영화 속 여행지로 떠나보자.
붉은 사막으로 불리는 요르단 와디럼
붉은 사막으로 불리는 요르단 와디럼
‘마션’ ‘트랜스포머’ - 요르단 와디럼과 페트라

○기암괴석과 모래언덕 …화성에 온듯한 풍경


영화 '마션' 속 광활한 사막…'지구의 붉은 별' 요르단에서 화성을 만나다
와디럼은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320㎞ 떨어진 광활한 사막이다. 면적이 720㎢에 이른다. 바위산과 붉은 모래로 온통 뒤덮여 있다. 3억년쯤 전 지각변동으로 생겨났는데, 원래는 물속에 잠긴 바다였지만 침식과 융기를 거치면서 산과 협곡이 생겼고 모래사막으로 변모했다. 와디럼의 풍경은 지구가 아닌 것처럼 신비롭다. 모래언덕 하나를 넘으면 나타나는 수백m 높이의 기암괴석들은 마치 화성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최근에 개봉한 SF 영화 ‘마션’. 대부분의 장면을 와디럼에서 촬영했다. 워낙 와디럼의 지형과 분위기가 화성과 흡사해 SF 영화인데도 특수효과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와디럼은 일반 여행자들도 쉽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낙타나 지프 차량을 이용해 사막체험을 하는 사막투어 프로그램과 유목민처럼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사막호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화성에서의 하루’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962년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촬영한 곳도 바로 와디럼이다.

요르단에는 페트라라는 또 다른 촬영 명소가 있다. 페트라는 기원전 6세기께 아라비아 반도에 정착한 유목민족인 나바테아인이 건설한 도시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외계 로봇 종족의 운명을 가를 열쇠가 숨겨진 곳이 바로 페트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알 카즈네’다. 알 카즈네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최후의 성전’에서 고고학자 인디애나 존스(해리슨 포드)가 예수의 성배를 찾아다니는 장면에도 나온다. 인디애나 존스가 말을 타고 협곡 사이를 달리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만나는 장밋빛 신전이 바로 알 카즈네다. 붉은 사암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이 건축물을 정교한 세트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페트라 앞에 서면 왜 스필버그가 이곳을 성배를 숨겨놓은 장소로 설정했는지, 외계인이 그들의 운명을 건 열쇠를 이곳에 숨겨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몽블랑 주위의 길을 트레킹하는 여행객들. 프랑스관광청 제공
몽블랑 주위의 길을 트레킹하는 여행객들. 프랑스관광청 제공
‘히말라야’ - 프랑스 몽블랑

○전문 산악인뿐 아니라 일반관광객도 찾아


영화 '마션' 속 광활한 사막…'지구의 붉은 별' 요르단에서 화성을 만나다
누적관객 700만명을 돌파한 영화 ‘히말라야’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해발 8750m의 에베레스트 ‘데스존(death zone)’에서 생을 마감한 후배 대원의 시신을 거두기 위한 여정을 그렸다. 히말라야 산맥에는 8000m 이상의 고봉이 14개 있으며, 가장 높은 봉우리가 에베레스트(8848m)다. 이 때문에 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는 오랫동안 인간의 호기심과 정복욕을 자극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네팔 히말라야, 프랑스 몽블랑 등지에서 촬영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있는 알프스산맥의 최고봉 몽블랑(4810m)은 유럽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전문 산악인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 하는 명소다. 길이 40㎞, 폭 10㎞에 이르는 몽블랑은 다양한 형태로 방문할 수 있다.

부담스러운 등반보다 트레킹 형태로 걷고 싶다면 ‘투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이 알맞다. 몽블랑 둘레를 한 바퀴 도는 투르 드 몽블랑 코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에 걸쳐 있기 때문에 각국의 고유한 모습을 만나면서 걸을 수 있다. 트레킹 코스가 해발 약 1000~2700m에 형성돼 있기 때문에 다른 고산지대에 비해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초원지대에서부터 빙하지대에 이르는 다채로운 풍경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최고 고도가 2700m를 넘지 않아 고산증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고가의 장비가 없어도 평상시 산행 복장으로 갈 수 있어서 편리하다.

176㎞ 길이의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려면 하루 평균 5~7시간씩 10일 정도 걸어야 한다. 꼭 완주하지 않더라도 몽블랑의 멋진 자연을 벗 삼아 걷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안개의 도시로 유명한 시애틀 전경
안개의 도시로 유명한 시애틀 전경
‘만추’ ‘트와일라잇’ - 미국 시애틀

○숲의 도시, 오래된 시장이 있는 로맨틱한 곳

영화 '마션' 속 광활한 사막…'지구의 붉은 별' 요르단에서 화성을 만나다
시애틀은 여행지로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영화팬들에게는 오히려 더 유명한 곳이다.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연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법한 고전. 아내를 여읜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톰 행크스가 찾아온 곳이 바로 시애틀이다. 영화 속에서 그가 생활한 수상가옥이 있던 곳은 유니언 호수(Lake Union)로, 시애틀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로 꼽힌다.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한 영화 ‘만추’ 역시 대부분 시애틀에서 촬영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시장에서 달달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곳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80여년 전에 세워진 네온사인 시계는 지금도 멀리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은 생선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 마켓’인데 ‘날아다니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팔뚝만한 참치가 점원의 손에서 손으로 공중을 훨훨 날아다닌다. 베스트셀러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의 배경이 바로 이 가게다.

푸드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45달러를 내면 해설사를 따라 주요 상점을 돌며 전통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스타벅스 1호점도 시장 바로 앞에 있으니 커피 한 잔 마셔보는 것도 좋을 듯.

시애틀의 또 다른 별칭은 ‘숲의 도시’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숲의 몽환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영화 ‘트와일라잇’ ‘트윈픽스’ ‘씬 시티’ ‘다크 엔젤’ 등의 판타지 영화들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더블린의 한 선술집에서 연주하는 악사들
더블린의 한 선술집에서 연주하는 악사들
‘원스’ -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 악사들의 은근한 노래가 울려퍼지는 곳


영화 '마션' 속 광활한 사막…'지구의 붉은 별' 요르단에서 화성을 만나다
우리에게 더블린을 알린 영화는 2006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원스’다. 더블린 골목 곳곳에서 거리 음악가들이 연주하던 장면은 수많은 배낭여행자를 더블린으로 향하게 했다. 영화 상영 이후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이 버스킹(길거리 연주)을 하던 그래프턴 거리와 악기점은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더블린에 가면 실제 풍경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리는 저녁 무렵이면 술렁이기 시작한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 하루 일과를 마친 직장인과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합류한다.

그리고 하나둘씩 등장하는 거리의 악사들. 이들은 거리 곳곳에 자리를 잡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모퉁이에서는 록이 흘러나오고 다른 거리에서는 통기타 연주가 들려온다. 반대편 모퉁이에서는 타악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행인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여행자들은 마음에 드는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 앞으로 가 몸을 흔든다. 어떤 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다른 이는 연인의 팔짱을 끼고, 또 어떤 이는 기네스 캔맥주를 홀짝거리며 악사들의 노래를 듣는다. 이 모든 풍경이 영화에서 본 모습 그대로다.

더블린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템플바 거리다. 프랑스 파리가 ‘카페 문화’로 유명한 것처럼 더블린은 ‘펍(Pub) 문화’로 유명하다. ‘율리시스’를 쓴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펍을 피해서 더블린을 걷는다는 것은 마치 퍼즐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고 했을 정도다. 인구 100만명의 도시 더블린에 펍이 무려 1000개나 있다. 템플바 거리는 더블린을 관통하는 리피 강 남쪽 웨스트모얼랜드 거리와 피샘블가 사이의 세 개 블록을 일컫는데 이곳에는 22개의 아이리시 펍이 몰려 있다. 템플바 거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펍은 템플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거나 앉아서 다들 기네스 맥주를 한 잔씩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와글와글대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펍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선 밴드가 통기타 반주에 맞춰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술잔을 권하고 소리 높여 이야기를 나눈다.
마차가 지나는 고풍스런 빈의 거리
마차가 지나는 고풍스런 빈의 거리
‘비포 선라이즈’ - 오스트리아 빈

○고전적이고 우아한 문화와 예술의 도시


영화 '마션' 속 광활한 사막…'지구의 붉은 별' 요르단에서 화성을 만나다
모든 여행자들이 한 번쯤 꿈꾸는 상황은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이성과 로맨틱한 시간을 갖는 것 아닐까?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주연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유럽횡단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스 여대생과 미국 청년의 하루짜리 짧은 사랑을 담은 영화다. 부다페스트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고 가을학기 개강에 맞춰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줄리 델피)은 우연히 제시(에단 호크)를 만난다. 제시는 마드리드에 유학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실연당해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빈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기차가 빈에 도착하자 제시는 셀린에게 하루를 같이 보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레코드 가게에서 음악을 듣고 버스 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공원에서 밤을 새는 등 하루 동안의 낭만적인 사랑을 빈에서 만들어 나간다.

빈 시내에 자리한 카페 슈페를은 셀린이 친구와 통화하며 제시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찍은 곳. 135년째 같은 자리에서 문을 열고 있는 유서 깊은 카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전적이고 우아한 풍경에 가슴이 절로 쿵쾅거린다.

빈은 예술가들의 도시로 불리는 곳.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벨베데레 궁전을 비롯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빈국립오페라극장, 요한슈트라우스 2세와 슈베르트 등의 동상이 있으며, 1년 내내 빈 시민과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빈시립공원 등 돌아볼 만한 곳이 많다. 그리고 이들 장소 대부분은 영화에 등장했다. 우리가 흔히 ‘비엔나 커피’라 부르는 아인슈패너(Einspanner)와 자허토르테(Sacher Torte)를 마시며 빈의 낭만을 느긋하게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영화를 따라 빈을 여행한다면 시내에 있는 알베르티나미술관을 마지막 일정으로 잡자. 6만5000점 이상의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한 곳으로 제시와 셀린이 빈의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낸 곳이다. 뭉크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현대미술의 걸작을 만날 수 있다.
발리 우붓에 있는 사원
발리 우붓에 있는 사원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 - 인도네시아 발리

○토속적인 정취와 울창한 자연을 그대로


영화 '마션' 속 광활한 사막…'지구의 붉은 별' 요르단에서 화성을 만나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서른한 살의 성공한 저널리스트가 일상의 회의를 느끼고 여행을 떠나 새로운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는 내용의 영화다. 리즈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자신을 발견했던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 발리 내륙에 있는 ‘우붓’(Ubud)이다. 지금이야 여행자들에게 발리 여행에선 으레 들러야 하는 관광지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발리의 토속적인 정취와 울창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우붓은 예술과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16세기 힌두교 왕족과 함께 예술인들이 발리로 건너왔을 때 이들이 자리를 잡은 곳이 우붓이었다. 그리고 19세기 독일화가 월터 술츠 등 유럽인이 모여들면서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된다.

우붓거리를 걷다보면 이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거리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줄지어 서 있고 이름난 미술관도 예닐곱 군데나 있다. 모퉁이마다 작은 갤러리들도 자리하고 있다. 조금만 걷다보면 우붓을 왜 ‘발리의 몽마르트르’라고 부르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들 갤러리는 저마다 독특한 그림을 내걸고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열대 특유의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모으는 작품도 있고, 발리의 자연이나 사원, 동물, 여인 등을 소재로 한 작품도 있다. 난해한 추상 회화도 눈에 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세심히 둘러보면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독특한 작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외국 예술가들도 이곳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은 공방에서부터 현대적인 갤러리까지 곳곳에서 예술품들을 전시, 판매한다. 정교한 목각과 세공품으로 가득한 상점들의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서울 인사동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걷다 지치면 2층짜리 카페에 자리를 잡고 발리산 커피와 함께 거리의 풍취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메인 스트리트에 자리한 사라 스와티 사원 앞의 연못이 아름답다. 사원에 있는 탑 상층부에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가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원 옆에는 스타벅스와 ‘카페 로터스’라는 카페가 있어 다리를 쉬기 좋다.

글·사진 =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