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1일자에 중국 CCTV, 신화통신, 인민일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뽑아 선정한 ‘2015 중국 유행어 5’를 소개했다. 가장 먼저 꼽힌 유행어는 ‘인터넷 플러스(internet plus)’, 중국어로는 ‘후롄왕자’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해 3월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중국 경제를 견인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터넷 플러스’를 주창했다. 한경DB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해 3월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중국 경제를 견인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터넷 플러스’를 주창했다. 한경DB
2012년 11월 중국 시장조사업체 이관궈지(易觀國際)의 위양 회장이 처음 제시한 인터넷 플러스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업무보고에서 ‘인터넷 플러스 행동 계획’을 주창하면서 중국 산업계와 투자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리 총리는 당시 업무보고에서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현대 제조업과 결합해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산업, 금융업 등의 발전을 꾀하고 인터넷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활약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를 견인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터넷 플러스’를 드러내 밝힌 것이다.

[책마을] 리커창이 주창한 중국 신성장전략…"인터넷으로 전통 업종 혁신하라"
리 총리의 발언 이후 중국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인터넷 플러스 행동 계획’의 대표 추진자가 됐고, 마 회장과 장샤오펑 칭화대 창업지도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싱크탱크인 ‘인터넷 플러스 100인회’를 조직했다. 100인회 멤버 중 마 회장과 장 교수, 위 회장 등 12명이 중국 인터넷 플러스 전략의 청사진을 집대성해 발간한 책이 《인터넷 플러스 혁명》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시행하는 ‘13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중앙에서 지방까지, 조직에서 개인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공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책은 인터넷 플러스가 중국의 국가전략이 된 시대적 흐름과 기술적 배경, 정부와 주요 기업이 이에 대해 이해하는 범위와 내용, 텐센트를 비롯한 각 기업이 인터넷 플러스를 추진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어 정부 행정 서비스와 민생, 제조업, 농업, 금융, 교육, 의료, 에너지 등 부문별로 추진할 인터넷 플러스의 발전 모델을 폭넓게 소개한다.

위 회장은 “인터넷 플러스에는 기존의 모든 응용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변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 인터넷을 통해 변화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거기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고, 나아가 그 기회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면을 열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도구인 인터넷은 전기와 같은 인프라로 어디에나 존재하며 효율을 높여주는 기기다. 인터넷 플러스에서 ‘플러스(+)’하는 대상은 모든 전통 업종이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인터넷 플러스의 의미는 이렇다. ‘인터넷의 혁신적 성과를 경제·사회의 모든 영역과 긴밀히 접목해 기술 진보, 효율성 제고, 조직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실물경제의 혁신력 및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인터넷을 인프라와 혁신의 토대로 삼아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 형태를 구축한다.’

저자들은 중국 경제가 구조전환과 관련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성장 둔화, 과잉 생산, 해외 시장 수요 부진 같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데다 경제 발전 추진에서 안정적 성장, 지속적 개혁, 구조 전환, 민생 살리기 등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 발전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혁신’이다. 다년간 혁신과 발전을 추구해온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세계 선두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정보 경제 발전을 위한 토대를 닦고 있다. 마 회장은 “중국은 인터넷 플러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산업을 혁신하고 경계를 뛰어넘어 융합하며 민생을 살리는 한편 경제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 및 구조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제조업 분야의 인터넷 플러스 전략은 리 총리가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함께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와 맥을 같이한다. 요지는 제조업에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산업용 로봇 기술 등 차세대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2013년 독일이 제시한 제조업 부활 경제 모델인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해 생산 플랫폼과 생산라인의 효율성을 꾀하며 ‘스마트 제조’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인터넷 플러스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기존 산업의 변화를 촉진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경제 발전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라며 “더불어 가장 능동적 주체인 개인의 활력을 이끌어내 그들이 스스로 혁신을 좇고 창업에 대한 열정을 품도록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제조 경제에서 플랫폼 경제로 전환하려는 중국의 승부수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의 본질과 잠재력, 인터넷이 바꾸는 세상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파고든다. 13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이자 커다란 경제체제인 중국의 미래 전략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될 만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