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 재계약 보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8일 정명훈 예술감독의 재계약 체결안 의결을 보류했다.

서울시향은 이날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 감독이 임기 3년의 예술감독직을 맡는 내용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했다. 이사회는 내년 1월 중순 안에 이 안건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감독과 다시 한번 얘기를 나누고 1월 중순 안에 이사회를 열어 계약조건과 재계약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며 “(의결을) 보류한 이유를 말하려면 계약 조건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재계약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한 데 대해 ‘3년은 아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재계약 기간이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 감독과의 재계약이 이달 31일로 예정된 계약기간 종료 시점을 넘기게 되면서 정 감독의 예술감독 지위는 이달 말로 상실된다. 최 대표는 “내년 예정된 (정 감독) 공연은 관객과의 약속이어서 재계약과는 관계없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7시30분 열린 이사회는 3시간이 넘게 이어질 정도로 격론이 오갔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지난 27일 불구속 입건된 정 감독의 부인 구모씨도 화제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에 관한 수사는 재계약 체결안 보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이 서울시향과 관련한 사건으로 입건돼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정 감독 부인 입건과 관련해 “계약은 계약”이라면서도 “계약과 수사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정 감독의 재계약은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약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시향은) 항상 계약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감독은 지난 8월 박 전 대표와의 갈등 상황 속에서 음악에만 전념하고 싶다며 예술감독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예술감독 재계약이 이뤄지면 정 감독은 무보수로 지휘하게 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