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랑을 찾은 관람객이 조각가 고정수의 작품 ‘곰’을 감상하고 있다.
노화랑을 찾은 관람객이 조각가 고정수의 작품 ‘곰’을 감상하고 있다.
“수많은 작가가 세계적인 미술 사조에 편승해 그 속에서 자신의 것을 개발하면서 작업하지만 나는 1950년대 말부터 그런 사조와는 상관없이 독자성을 가진 작업을 했다.”(미술가 이승택)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국내 미술가들의 국제적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은 것 같아요. 하지만 세계적 작가 못지않은 기본기를 갖추고 있습니다.”(화가 석철주)

미술가들이 가을을 맞아 저마다 독특한 ‘손맛’이 깃든 신작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 인사동과 청담동 등 화랑가에는 조각가 김종영과 고정수를 비롯해 이승택 하종현 석철주 오용길 지석철 김병종 이불 등 30여명이 개인전을 열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묵혀뒀던 뒷심을 서서히 발휘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을지 기대된다.

미술평론가 김종근 씨는 “단색화 열풍을 비롯해 고미술에 대한 관심 증가, 국제 미술시장 호황 여파 등으로 미술시장은 미래의 ‘블루칩’ 찾기에 분주하다”며 “한때 이름을 날린 작가들의 작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줄 잇는 전시회

올 들어 미술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피가 돌기 시작하자 화랑들은 얄팍한 트렌드에 의지하기보다는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자기성찰,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까지 가미된 작가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국내 최대 화랑인 현대는 오는 15일부터 한국 최초 아방가르드 미술가인 이승택(83)의 개인전을 연다. 2009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된 이씨의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과 설치 작품, 영상을 볼 수 있다.

가나아트갤러리는 다음달 29일까지 이승조 박석원 이강소 김인겸 오수환 김태호 박영남 등이 참여한 추상화 기획전 ‘물성을 넘어, 여백의 세계를 찾아서-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1’을 연다. 197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다양한 경향 중에서 정신성을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 7인이 내놓은 추상화 7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국제갤러리는 하반기에도 단색화에 매기가 붙을 것으로 보고 다음달 하종현 개인전을 열 방침이다. 학고재 갤러리 역시 신진 작가보다는 인기 작가들의 기획전에 역점을 두고 전시 계획을 짜고 있다. 11일 ‘추사 김정희와 조각가 우성 김종영’전을 시작으로 설치작가 이용백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노화랑은 조각가 고정수의 개인전, 아트사이드갤러리는 한국화가 김병종, 청작화랑은 오용길, PKM갤러리는 이불, 이화익갤러리는 차규선 개인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술장터에 1만5000여점 출품

그림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는 아트페어(미술장터)와 미술 축제도 서울과 지방에서 잇따라 열린다. 국내외 화랑 180여곳이 참여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는 다음달 3일부터 닷새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펼쳐진다. 영국 인기 작가 애니시 카푸어를 비롯해 로이 리히텐슈타인, 줄리언 오피, 박수근,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등의 작품 5000여점을 전시 판매한다.

50만~1000만원대의 다양한 그림을 구입할 수 있는 어포터블 아트페어는 11일부터 사흘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어진다. 한국 미국 등 15개국 갤러리 80곳과 아티스트 450명이 참여해 중저가 그림 2000여점을 선보인다.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9월27일~10월13일), 대구아트페어(11월13~17일)에서도 회화·조각 등 1만여점이 가을 화단을 수놓는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11월3일까지), 청주공예비엔날레(9월11일~10월20일) 등에선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컬렉터들 관심 집중

국내 화단과 경매시장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작가는 젊은 작가에 비해 작품성이 검증된 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장기 투자 차원에서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미술계의 분석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실험성이 강한 젊은 작가들은 순간 타올랐다 금세 사라지는 특징이 있는 반면 이들은 자기 색깔이 뚜렷하기 때문에 언제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망한 30·40대 컨템퍼러리 작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3040세대 작가는 실험성이 강해 가격 변동성이 비교적 크지 않다”며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한국적 멋을 잘 표현한 작품이 투자의 잣대가 된다”고 말했다.

미술품 투자 10계명

(1) 작품 구입에 앞서 가족과 협의하라. 미술품 구입을 통해 가정을 화목하게 할 수 있다.

(2) 집안 분위기를 바꿔라. 미술품을 잘 활용하면 다양하고 새로운 공간 연출로 가정에 활기를 찾을 수 있다.

(3) 작품 구입에 앞서 예산을 미리 점검하라. 직장인들은 연봉의 10% 선이 적당하다.

(4) 미술시장 동향에 주목하라. 화랑가나 미술품 경매의 가격 변동 추이를 알아야 정확한 투자 시기를 정할 수 있다.

(5) 작가의 명성을 좇지 말고 작품의 개성에 주목하라.

(6) 대표작이나 희소성 있는 작품을 공략하라.

(7) 조언자를 활용하라. 컬렉션 단계에 맞게 조언해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8) 공개된 경로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라.

(9) 나만의 컬렉션을 추구하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제나 소재,작가 등에 집중하라.

(10) 장기간 작가를 관찰·분석하라. 확신이 서면 정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뒤 작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