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오에 겐자부로의 독서법 "같은 책 두세 번씩 읽어라"
1994년 《만엔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80·사진)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다. 1957년 등단해 《개인적인 체험》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등 인간 실존을 주제로 한 소설을 써왔다. 그를 소설가로 이끈 것은 책이었다.

《읽는 인간》은 그가 등단 50년이 넘도록 자신을 소설가로 있게 한 ‘보물 같은 책’들을 소개하는 에세이다. 명시(名詩)부터 고전, 현대문학까지 그가 읽어낸 많은 책을 펼쳐놓는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홉 살 때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책에 빠져들었다. 그는 주인공 허클베리 핀이 “지옥으로 가도 좋으니 흑인 청년 짐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말한 구절에 매료돼 이를 평생의 마음가짐으로 삼은 일화를 들려준다. 이후 책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누구나 꿈꾼다는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성공했지만 그의 삶 자체는 순탄하지 못했다. 친한 친구의 자살, 장애가 있는 아들, 작품성에 대한 비판 등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는 고난의 순간에도 책을 놓지 않았다. 계속 책을 읽은 작가는 인생의 고통을 견디는 법을 책에서 터득했고 그 경험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책마을] 오에 겐자부로의 독서법 "같은 책 두세 번씩 읽어라"
오에 겐자부로는 깊이있는 탐구와 이해를 위해서라면 한 번 읽은 책을 재독하기를 권한다. 번역서는 원서를 같이 두고 빠르게 읽으면서 모호한 표현이나 좋은 표현을 비교해 보면 저자와 번역자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색연필로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사전을 곁에 두고 모르는 표현을 천천히 알아가는 것은 그만의 외국어 독서 수련법이다. T S 엘리엇과 위스턴 오든의 시를 읽으며 언어에 대한 감각을 키웠고 ‘신곡’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은 삶의 고뇌를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이었다. 그는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면 저절로 고전이 한 권, 두 권, 소중한 무언가가 될 작품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라며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을 추천한 박현경 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는 “독서량이 부족하고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대학생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책”이라며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대학생에게 충분한 독서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