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씨, 표절 인정했지만…
소설가 신경숙 씨(사진)가 표절 의혹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문제의 단편 ‘전설’이 수록된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낸 창비출판사도 책의 출고를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신씨는 23일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한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소설을 읽은 많은 독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소설가 겸 시인 이응준 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만에 나온 구체적인 반응이다.

신씨의 작품 전설도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출판사와 상의해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며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겠다”고 말했다. 창비도 이날 “작가의 뜻을 존중해 오늘부터 이 책의 출고를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씨는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실상 표절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과 “자신의 문제를 3인칭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비판이 분분하다.

다른 작품의 제목을 시에서 베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씨는 “시에서 제목을 따오는 일은 당시 문단에서 종종 있던 일이고 시인이 내 친구인 경우도 있다”며 “만약 그게 잘못된 일이었다면, 혹시 섭섭한 마음을 가졌다면 내가 잘못 살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교묘한 말장난” “회피성 발언” 등의 비판과 비난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신씨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표절 관련 논란과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는 23일 서울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 토론회를 열었다. 문학계의 자정능력이 얼마나 발휘될지가 관심사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