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가뭄을 겪은 호주의 한 지역. 반니 제공
3년간 가뭄을 겪은 호주의 한 지역. 반니 제공
눈에 보이지 않아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없으면 살 수 없는 것. 누구나 하루에 1L짜리 페트병 8000개가 넘는 양을 소비하는 것. 소유하기 위해 담장을 쳐도 가둘 수 없는 것. 질소(78%)와 산소(21%)가 주성분인 공기는 인류에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공기가 오랫동안 과학적 탐구의 주요 대상이 된 이유다. 그뿐 아니다. 무수한 예술가가 자유로움을 내포한 공기의 이미지를 시와 그림, 글을 통해 풀어냈다.

[책마을] 소유욕 자극한 '공기'…권력의 열쇠가 된 '물'
《공기》는 공기를 둘러싼 인류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과학적 탐구의 역사와 함께 공기에 대한 인류의 인식이 바뀌어 온 역사도 살펴본다. 공기는 사회 문화 역사 철학 등 인류사 전반에 녹아들어 발전을 부추기고 영감을 준 존재였다.

공기의 성분이 항상 질소와 산소로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 초기 지구의 대기는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소가 처음 나타난 것은 약 35억년 전 지구상에 초기 생명체가 출현하면서부터다. 대기 성분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오늘날 대기의 산소 농도는 21%지만 석탄기에는 35%에 달하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공기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체계적인 탐구는 1600년대 들어서야 시도됐다. 1650년대 독일의 오토 폰 게리케가 펌프로 마그데부르크 반구의 공기를 빼내 진공에 가까운 상태를 만드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 시초다. 이탈리아 수학자 에반젤리스타 토리첼리는 비슷한 시기 최초의 기압계를 발명했다.

공기는 휘발성 유동성 압축성 전도성 등 다양한 특성을 통해 정치·사회·예술·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포의 역할을 맡았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남방우편기》 《야간비행》,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붉은 돼지’ ‘천공의 성 라퓨타’ 등에서 그리고자 했던 것은 공기의 자유로운 이미지였다. 프랑스 화가 장 피에르 우엘은 작품 ‘바스티유의 습격’에서 먹구름과 불길 가득한 대기를 그려 프랑스 혁명의 격렬함을 표현했다.

자본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청정한 공기를 소유하려는 욕망도 발달하기 시작한다. 지구 멸망을 대비해 미국 텍사스의 대부호 바스가 만든 벙커 ‘바이오스피어2’의 핵심 중 하나는 공기정화장치다. 한동안 소비할 수 있는 식료품과 생필품이 있어도 공기가 오염되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책마을] 소유욕 자극한 '공기'…권력의 열쇠가 된 '물'
생명현상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그 존재를 잊고 지낸다는 점에서 공기와 닮은 것이 물이다. 《물》은 물의 역사를 살핀다. 공기가 한데 가둘 수 없어 다루기 쉽지 않았다면, 물은 치수가 가능했다. 생존에 필수적이면서 인간이 다룰 수 있는 물이 권력의 열쇠가 된 이유다. 기원전 3000년께 이집트의 메네스 왕은 나일강을 가로지르는 최초의 댐을 건설해 첫 파라오로 등극했다. 고대 중국의 우 황제는 황하 물길을 바꿔 권력을 강화했다. 물로 인한 권력의 불균형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공기와 물의 실체에 관심있는 사람뿐 아니라 이와 얽힌 폭넓은 제반 지식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책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