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면서도 중성적인…사카이, 더 자유로워졌다
사카이는 겐조·꼼데가르송·이세이미야케·요지야마모토·준야와타나베 등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의 계보를 잇는 신흥 명품이다. 꼼데가르송과 준야와타나베를 모두 거친 디자이너 지토세 아베가 1999년 만들었다. 사카이는 아베가 꼼데가르송에서 익힌 낭만적이면서도 중성적인 스타일, 준야와타나베에서 배운 탄탄한 소재 감각을 토대로 한 독특한 브랜드다.

어떤 여성의 옷장에라도 들어가 있을 법한 옷, 계절을 타지 않는 기본적인 옷, 각각의 특성이 살아 있는 원단으로 만든 옷 등을 추구한다. 러플 장식, 라이닝 디테일, 진주 등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사카이 외에 사카이의 보급판(세컨드 브랜드)인 사카이 럭, 남성복인 사카이 맨, 꼼데가르송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사카이 젬 등을 산하에 뒀다.

사카이는 2010년 파리패션위크에 처음 참여한 이래 프랑스 파리에서 꾸준히 신작을 발표해 왔다. 2015 봄·여름(S/S) 컬렉션도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패션위크에서 발표했다. 사카이는 당시 카키색 군복을 연상케 하되 여성스러운 선은 놓치지 않은 독특한 감성의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프랑스 부르타뉴 지방의 선원들이 즐겨 입는 브레톤 스웨터를 기퓌르 레이스로 장식하는 식이었다. 기퓌르 레이스란 ‘실 레이스’란 뜻으로, 그물코가 없고 크고 화려한 무늬를 직접 이어 맞춘 레이스를 말한다. 신발 중에서는 전면을 그물망처럼 처리한 플랫폼 하이킹 부츠 샌들이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인 패션 칼럼니스트이자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인 수지 멘키스는 당시 “밀리터리 카키, 네이비, 핀 스트라이프, 기퓌르 레이스, 플라워 패턴 등을 엄숙하면서도 결연하게 다뤘다”며 “특히 신작 대부분의 뒷부분을 자유롭게 분할해 한 작품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카이는 최근 브랜드북인 ‘사카이:A to Z’를 출간, 사카이란 브랜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사카이가 그동안 선보인 실험적인 스타일을 알파벳 순서의 키워드별로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협업해 지난 3월 스포츠 스커트, 그래픽 티셔츠, 테크플리스 드레스 등 8종으로 구성한 ‘나이키랩 X 사카이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이키랩은 나이키가 자사의 최고급 제품을 모아 지난해 6월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등에 문을 연 특별 매장을 말한다. 사카이는 세계 90여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사카이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사카이의 국내 매장은 신세계백화점의 편집매장인 분더샵,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