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한양도성] 무성한 숲 사이로 탁트인 한강 경치 감상
남산·숭례문(崇禮門) 구간은 서울의 지리적 중심인 남산과 국보 제1호 숭례문을 지나며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길이다. 장충체육관 뒷길에서 남산공원까지 이어진 4.2㎞ 구간이다. 걸어서 3시간 정도 걸린다. 길마다 조금씩 다른 성곽의 모습을 보며 축성 기술과 양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 박물관’이기도 하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가까운 장충체육관 뒷길에서 시작하는 길에 조선 세종 때(1422년) 쌓은 성곽이 있다. 자연석을 옥수수알 모양으로 다듬어 크기별로 차곡차곡 쌓아 단정한 모습이다. 암문을 지나면 전망대가 나온다. 무성한 나무 뒤편으로 펼쳐진 한남대로와 한강의 경치가 아름답다. 길을 따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정문으로 나가면 건너편에 국립극장이 보인다. 연극과 무용,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국립극장 남쪽으로는 남산 동쪽 능선을 따라 조성된 나무계단길이 있다. 조선 태조 때(1396년) 처음 축조된 성벽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세종 때 만들어진 성곽과는 달리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 쌓아올렸다. 이 구간 중간에 숙종 때(1704년) 보수한 부분은 네모 반듯한 석재가 쓰여 대조를 이룬다.

남산공원 정류장에서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서울을 상징하는 명소인 N서울타워에 도착한다. 해발 480m 높이에서 서울 전역을 조망할 수 있다.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남산 팔각정과 목멱산 봉수대 터가 있다.

누에 머리를 닮았다는 남산 서쪽 봉우리 잠두봉에 도착하면 전망대 ‘잠두봉 포토아일랜드’가 있다. 탁 트인 전망에 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싼 4개의 산(내사산)으로 둘러싸인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백범광장이 있다. 백범광장에는 김구 선생 등 항일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물이 여럿 있다. 성곽을 따라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백범광장에서 돈의문 터까지 이어진 길이 서울 성곽길 숭례문 구간이다. 1.8㎞ 거리로, 걸어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한양도성의 정문으로 국보 제1호인 숭례문, 사소문 중 하나로 서남쪽 문인 소의문(昭義門) 터가 있다.

고종시대(1886년) 신식 교육의 요람이던 배재학당 터에 마련된 배재공원과 고종이 1896년 아관파천 때 머물렀던 옛러시아공사관을 거쳐 돈의문 터에 이른다. 길 주변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정동극장 등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