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한양도성] 아름다운 도심 야경과 아기자기한 벽화마을
낙산·흥인지문 구간은 혜화문(惠化門)에서 낙산을 지나 흥인지문(興仁之門)까지 이어지는 구간(3.9㎞)으로 도보 2시간 코스다. 낙산(124m)은 서울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산으로 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싸고 있던 4개의 산(내사산) 중 가장 낮다. 생긴 모양이 낙타 등처럼 생겨 낙타산 타락산으로도 불린다.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걷기에 적당하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올라와 가톨릭대 뒷길을 걷다 보면 축조 시기에 따라 성돌의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수 있다. 가파른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과 마을에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톨릭대 뒷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낙산공원 동남쪽 성벽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6·25 전쟁 이후 형성된 판자촌으로, 60세 이상의 노인 거주 인구가 많아 ‘장수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재개발 대신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 집을 단장하고 골목길을 정비해 주민 참여형 마을재생사업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장수마을에서 도성 안으로 들어가면 낙산공원 놀이마당이 나온다. 서울의 몽마르트라 불릴 정도로 전망이 좋다. 성곽 길을 따라 빛나는 도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노을 질 무렵이나 야간에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낙산 구간 성벽 바로 안쪽에는 이화마을이 있다. 2006년부터 정부 지원으로 예술가들이 건물 외벽과 계단에 그림을 그리고 빈터에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마을 이미지가 밝게 바뀌었다. 벽화와 어우러진 옛 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낙산 성벽 바깥쪽 창신동 일대는 조선시대에 퇴직한 궁녀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1960년대 이후에는 동대문시장에 의류를 납품하는 하도급업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한국 봉제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이 동네에는 높이 40m, 길이 201m의 깎아지른 듯한 돌산 절벽이 있다. 대한제국 때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채석장으로 쓰인 곳이다.

성곽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면 한양도성의 동대문인 흥인지문에 도착한다. 지금의 흥인지문은 고종 6년(1869년) 다시 지은 것으로, 조선 후기 건축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어 보물 제1호로 지정됐다.

옛 수문이 있던 오간수문 터와 이간수문을 거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지나면 광희문(光熙門)이 나온다. 광희문 성벽을 따라 장충동 주택가로 들어서면 한양도성은 다시 자취를 감춘다. 성돌은 주택의 담장이나 축대로 사용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