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9초 영화제’ 시상식이 1일 서울시청 에서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왼쪽 두 번째)이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29초 영화제’ 시상식이 1일 서울시청 에서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왼쪽 두 번째)이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당신의 가슴을 울린 '서울 29초 영화제'] 배달원 기다린 직장인·學友의 손…차갑던 서울이 뜨겁게 느껴졌다
이른 새벽, 고층 아파트에서 회사원이 출근을 서두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신문배달원과 마주친다. 배달원이 신문을 구독자 문 앞에 일일이 놓아둔다. 그동안 회사원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배달원을 지켜본다. 내려가는 층마다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배달원이 어떻게 회사원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문을 계속 배달할 수 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의문이 풀린다. 회사원이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웃 간의 따스한 정을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린 윤성일·오세응 감독의 ‘OPEN’이 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29초 영화제’ 시상식에서 영예의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서울시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에는 훈훈한 세상살이를 일컫는 ‘서울 36.5도’를 주제로 총 450편이 출품해 수상작 12개 작품에 총 1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청소년부문 대상은 같은 반 친구의 따스한 마음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유승엽 감독의 ‘서울 온난화’에 돌아갔다. 어느 여름날, 대구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 학생이 낯선 서울 거리를 걸으면서 평균 기온이 왜 36.5도나 되는지 비장감 어린 심정으로 고민(?)한다. 우연히 마주친 여학생 친구의 따스한 손을 잡으며 인사하는 순간, 고민의 해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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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부 최우수상은 구태훈 감독의 ‘감수성’에 주어졌다. 내리막 건널목에서 아기 유모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행인이 발로 바퀴를 지탱하는 모습을 통해 이웃에 대한 세심한 배려심을 보여준다.

일반부 우수상은 김준식 감독의 ‘그리운 곳 서울’, 이상목 감독의 ‘서울 여자’가 각각 차지했다. ‘그리운 곳 서울’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주인공이 엄마와 서울 곳곳에서 찍은 사진을 받아들고는 향수에 잠기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렸다. ‘서울여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남자가 같은 버스를 타는 여자에게서 희망을 느끼는 상황을 재치있게 담았다.

청소년부 우수상은 이희연·홍명원 감독의 ‘생일, 내가 만난 서울’, 신예진 감독의 ‘돈보다는 사람이 소중합니다’, 박지현·강수경 감독의 ‘신발끈’이 각각 받았다.

‘생일~’은 친구가 ‘오늘 생일’이란 포스트잇을 장난삼아 등에 붙여준 주인공이 행인들로부터 영문도 모른 채 축하인사를 받고 즐겁게 귀가하는 코믹한 이야기. ‘돈보다는~’은 학생들의 모자란 택시요금을 운전기사가 대신 내주는 미덕을 담았고, ‘신발끈’은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서울 거리를 걷는 시골 소녀가 신발끈이 풀어졌다는 행인의 말에서 온정을 느낀다.

수상작들은 서울 시민청과 지하철 미디어 보드에서 상영되고, 서울과 경기지역 버스 내 TV 화면에서도 선보인다.

이날 시상식은 홍대 앞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인디그룹 사운드박스의 활기찬 공연으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는 이윤지 아나운서가 맡았다.

이날 최우수상과 대상 시상자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짧지만 강렬함을 주는 ‘29초 영화’를 문학에 비유한다면 시와 같다”며 “여러분들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근석 29초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서울 시민들의 따뜻한 삶과 희망을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다”며 “수상작들을 수많은 시민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상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