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함춘호 "세션맨 30년…이젠 공연장서 음악 공유할 것"
조용필 신승훈 이선희 이문세 김광석 양희은 이승철 박정현 임재범 이소라….

모두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이름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앨범 속지에서 기타리스트 함춘호(53·사진)란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 함씨는 1980년대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1981년 이후 34년 동안 세션 연주자로 활약해 왔다. 그와 함께 이름을 떨친 이근영, 샘 리 가운데 한 명만 외국에 나가도 국내 음반업계에 비상이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가 이번에는 한국 음악사의 명곡들을 들려주는 연주회를 연다. 오는 21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레전드 100송 콘서트’를 통해서다. 지난 2월 케이블채널 엠넷에서 음악전문가 100명이 선정한 1960~2000년대 명곡 100곡 가운데 함씨가 고른 20여곡을 기타 연주로 선보이는 자리다.

공연에 앞서 최근 서울 명동에서 만난 그는 “함춘호의 공연이라기보다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곡들을 되돌아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선정한 100곡 가운데 그가 곡 작업에 참여한 노래만 해도 이문세 ‘붉은 노을’과 ‘옛사랑’,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 김광석 ‘서른 즈음에’ 등 10여곡에 이른다. 함씨는 “명예의 전당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스트에 직접 연주한 곡이 10곡이나 있어 영광스럽다”며 “누가 내게 ‘그동안 뭐했느냐’고 물으면 이걸 했다고 자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신학대 서울종합예술학교 등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테크닉적으로 누구보다 뛰어나도록 죽어라 연습하든지, 이 세상에는 없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대중음악의 흐름을 이끌라고 얘기해요. 둘 다 제가 하지 못했던 것들이거든요.”

함씨가 처음 연주자의 길을 걸을 때 세운 목표는 60세까지 녹음실에서 음반 작업을 하겠다는 것. 2006년부터는 솔로음반을 내는 등 창작자, 솔리스트로서의 길도 걷고 있다.

“예전에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많은 음반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앞으로는 좋은 음악을 대중과 현장에서 공유할 수 있는 연주자로 더 많이 활동하려고 합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