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에 전시된 서도호 씨의 ‘우리나라’. 조선시대 경기감영의 풍경을 12폭의 병풍에 담아낸 보물 제1394호 ‘경기감영도’가 서씨의 작품과 마주하며 걸려있다. 리움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에 전시된 서도호 씨의 ‘우리나라’. 조선시대 경기감영의 풍경을 12폭의 병풍에 담아낸 보물 제1394호 ‘경기감영도’가 서씨의 작품과 마주하며 걸려있다. 리움 제공
대한민국 지도를 단순히 형상화한 작품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보니 지도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은 길이 1.5㎝ 남짓한 인물 조각상이다.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 농부, 학생 등의 군상들이 한반도 지도 위를 빽빽이 채우고 있다. 역사 속에서 스러진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결국 이 땅의 주인공이란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습이다.

19일부터 12월21일까지 열리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10주년 기념전:교감(交感)’에 있는 설치 작가 서도호의 부조 ‘우리나라’(2014) 이야기다. 이 현대미술 작품은 특이하게도 고미술 전시실에 있다. 작품 맞은 편에는 서울로 돌아오는 임금의 행차를 그린 ‘환어행렬도’가 있다. 작품 안에선 임금과 신하가 같은 크기로 그려져 있다. 조선의 화가와 현대 화가는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평범한 사람”이란 사실을 공유한다.

18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리움을 찾아 전시를 미리 살펴봤다. 이번 전시는 고미술전시실, 현대미술전시실, 기획전시실,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 로비 등 미술관 전체를 ‘교감’이란 주제로 구성한 기획전. 한국 고미술 상설 전시실인 뮤지엄1은 ‘시대교감’이란 주제로 리움의 국내 고미술의 소장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인 뮤지엄2에서는 ‘동서교감’이란 주제 안에서 동양과 서양의 현대미술을 선보인다. 국내 고미술품부터 서도호, 올라퍼 엘리아슨, 데미안 허스트, 나와 코헤이, 장샤오강 등 현대 작가들이 만든 230여개의 작품이 상설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을 채운다.

예술 작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우혜수 삼성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소장품 상설 전시는 작품을 장르별, 시대별로 분류해 전시하는 소극적 형태였지만, 예술 작품의 개념이 변함에 따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소장품 전시실 개편에서 우리나라 미술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세계 미술과 맥락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불교미술실에 있는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아미타삼존도’ 옆에는 마크 로스코의 추상회화와 자코메티의 조각이 전시돼 있다. 별개의 맥락 안에 있던 작품을 이어 붙여 관객으로 하여금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우 실장은 “로스코의 회화는 불교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지만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정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잘 어울리는 조화”라고 말했다.

기획전시실과 로비에는 관객 참여 작품이 전시돼 있다. 브라질 작가인 에르네스토 네토의 건축 ‘심비오테스튜브타임-향기는 향꽃의 자궁집에서 피어난다’는 시각, 촉각, 후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며,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가 중국 남부 산악지역에서 수집한 고목을 조합해 설치한 ‘나무’는 다양성을 잃어버린 현대 도시의 풍경을 보여준다. 학생 6000원, 어른 1만원. (02)2014-6901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