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낮은 곳으로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 전신이 마비된 오미현 양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가장 낮은 곳으로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 전신이 마비된 오미현 양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애아동 11명이 두 팔을 들어 사랑한다는 뜻의 하트를 그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 아기가 교황의 손가락을 잡고 입으로 살짝 물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교황이 지난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자 이곳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음성 꽃동네는 넓이 2만2500㎡인 천주교 최대 사회복지시설로 30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날 꽃동네에는 이른 아침부터 신자와 수도자 등 3만여명이 몰려들었다. 희망의 집 1층에 들어선 교황은 이곳 경당(작은 성당)에서 묵상하는 것으로 장애인과의 만남 일정을 시작했다.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비스듬히 누워 있는 장애인들, 두 다리를 쓰지 못해 바닥에 앉아 있는 장애 아동들의 머리에 일일이 손을 얹고 성호를 그으며 축복했다. 희망의 집 2층에서는 ‘성모의 집’ 장애아동 42명, ‘희망의 집’ 장애인 20명, ‘구원의 집’ 노인환자 8명, ‘천사의 집’ 소속 입양 예정 아기 8명이 교황을 맞았다.

11명의 장애아동이 교황 앞에서 노랫소리에 맞춰 율동을 펼쳤다. 교황은 공연이 끝난 뒤 이들의 머리와 뺨에 일일이 입을 맞추며 축복했다. 한 장애아동이 재차 손으로 하트를 그리자 교황도 손 하트로 화답한 뒤 그를 꼭 끌어안았다.

교황은 이곳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종이학과 자수로 짠 교황의 초상화 등이다. 종이학과 거북이는 두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김인자 씨(74)가 발가락으로 접은 것이다. 뇌성마비에 목 디스크까지 겹쳐 평생 상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김씨는 1985년부터 꽃동네에 살고 있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아 꽃동네에서 ‘미소 천사’로 불린다.

교황에게 전달된 초상화도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여성 장애인이 한땀 한땀 떠서 만든 자수 작품. 이 장애인은 교황이 꽃동네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실과 천을 구입해 3개월 동안 교황의 얼굴을 수놓았다. 교황은 선물을 전달한 이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축복의 말을 전했다. 교황도 모자이크로 그린 예수 그림을 꽃동네에 선물했다.

다음 일정을 위해 꽃동네 연수원으로 이동하는 도중 교황은 태아동산에 들러 3분가량 생명을 위한 기도를 했다. 태아동산은 낙태된 아기들의 무덤을 상징하는 장소. 교황은 이곳에서 성 황석두 루카선교회에서 수도하고 있는 이구원 수사(남성 수도자)를 만났다. 이 수사는 선천증 사지절단증으로 두 팔, 두 다리 없이 태어났지만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교황은 처음에는 머리를 한 손으로 쓰다듬다가 잠시 뒤 두 손으로 감싸 토닥거리고, 어깨를 두드리며 이 수사를 응원했다.

당초 희망의 집 방문 예정 시간은 30분이었지만 교황은 1시간 가까이 이곳에 머무르며 축복했다.

이승우 기자·공동취재단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