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가들이 ‘미술의 본고장’ 유럽 무대에서 ‘K아트’ 붐을 조성하고 있다. 회화 및 설치 작가 이우환 씨를 비롯해 한지 조각가 전광영, ‘예술전사’ 이불, 이용백, 이영배, 이용빈, 최재은, 전준호, 문경원 씨 등 20여명이 유럽 무대를 활발하게 누비고 있다. 이 같은 ‘미술 한류’ 바람은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국제 시장에서 국내 미술에 대한 애호가층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우환 씨가 17일부터 시작하는 파리 베르사유궁전 초대전에 출품한 설치작품 ‘관계항’. 연합뉴스
이우환 씨가 17일부터 시작하는 파리 베르사유궁전 초대전에 출품한 설치작품 ‘관계항’. 연합뉴스
◆이우환 씨 베르사유궁전에서 초대전

국내 미술 시장의 ‘대표주’ 이우환 씨는 일찌감치 한국과 일본 화단을 발판 삼아 유럽에 파고든 경우다. 이씨는 17일부터 11월2일까지 프랑스 최고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루이 16세의 찬란한 문화 전당인 베르사유궁전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아시아 작가로는 일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11년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 이후 처음으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던 이씨는 이번 전시에서도 대표적인 설치미술 ‘관계항(Relatum)’ 시리즈 10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돌과 철판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은 베르사유궁전의 정원과 조응하며 보는 이에게 독특한 체험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전사’ 이불 씨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2012년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주목받았던 이씨는 오는 9월10일부터 두 달간 영국 버밍엄 아이콘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1990년대부터 역사와 사회적 현상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특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이씨는 이번 전시에 드로잉과 퍼포먼스 기록물, 조각 작업, 국제 아트펀드를 통해 제작한 신작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가한 이용백 씨는 이번엔 독일 시장을 공략한다. 이씨는 라이프치히의 세계적인 예술단지 슈피너라이에 있는 전시공간 베아크샤우에서 개인전(9월13일~10월14일)을 열고 미디어 설치 작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화가 이영배 씨는 프랑스 생루이스에 있는 페르네브랑카 파운데이션(7월31일까지), 목욕탕과 한옥 그림으로 유명한 이영빈 씨는 런던 메이저화랑 터디힉스갤러리(9월12일~10월6일), 설치미술 작가 최재은 씨는 체코 프라하 국립현대미술관(23일부터)에서 각각 개인전을 열고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예정이다.

이 밖에 설치 작가 양혜규 씨를 비롯해 이기봉, 함경아, 김홍석, 김수자, 최정화, 정희승 씨 등 10여명은 18~22일 세계 최대 미술품 장터 스위스 아트바젤에 참가해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작품 판매 경쟁을 벌인다.
K아트, '미술 본고장' 유럽 파고든다
◆전준호 문경원,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

한국 작가의 유럽 진출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뉴욕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룬 책 ‘전광영-한지, 마음의 풍경’을 출간한 한지 작가 전광영 씨는 독일 뒤셀도르프 벡앤에글링갤러리(내년 4월)와 영국 에든버러 축제(내년 8월) 등에서의 전시를 앞두고 있다. 또 동갑내기 작가 문경원, 전준호 씨도 내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5월9일~11월22일)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다. 두 작가는 공동 작업으로 설치영상 작품을 낼 예정이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유럽에서 국내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수요층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신호”라며 “세계적인 큐레이터 등과 유대를 강화하면 작품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