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일본인 가면
“일왕은 일본의 가면이다. 그 가면은 진짜 얼굴이 아니면서 진짜보다 더 진짜 얼굴 행세를 한다.”

《가면 속의 일본 이야기》는 김욱 아가방앤컴퍼니 대표가 쓴 두 얼굴의 일본에 관한 이야기다. 업무 관련 출장으로 세계 각지를 다닌 김 대표는 일본을 여행하면 할수록 느낌이 처음과 점점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50세가 되던 해, 본격적으로 일본 공부를 시작해 과거와 현재에 대한 지식을 넓혔다. 이 책에서는 비즈니스맨이자 한국인으로서 일본을 보는 법을 전한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일본인. 그러나 그 싹싹한 미소 뒤에 숨은, 극도로 절제된 내면. 우리가 일본인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것은 나와 타인, 내부인과 외부인을 구분하는 가족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낸 모습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일본에서 ‘이에(家)’는 혈연집단을 초월하는 공동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에, 즉 가문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라도 필요하다면 바로 포용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가문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던 풍조는 일본인에게 개인보다 집단, 나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성향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일본인에게는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는 ‘화(和)’가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는다’는 속담처럼 옆에 있는 사람과 가지런히 행동하지 않으면 폐가 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긴다는 것. 화합을 위해 불만이 있거나 불편해도 참는 일본인의 관습이 표면상의 명분(建前·다테마에)과 속마음(本音·혼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예의를 중시하는 일본 문화의 정점에는 왕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실권을 장악한 가문이나 쇼군이 스스로 신이라고 칭하면서 백성에게 절대적인 존엄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자기들 마음대로 왕을 옹립해 그 앞에 자신이 조아림으로써 백성에게 왕의 존엄을 강요하고 그 존엄을 이용해 호령했다.

실로 교묘하게 실상과 다른 겉모습을 꾸며서 국민을 속였다는 것. 남을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 이런 행태야말로 ‘예의’라는 가면 속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