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에우제비오여, 영원하라
“그가 위대한 축구 선수인 것은 745경기에서 733골을 넣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종·민족 차별을 거부한 페어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별세한 ‘포르투갈 축구 영웅’ 에우제비오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 내용이다. 축구로 ‘죽음의 땅’ 아프리카에 희망을 심어줬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본명은 에우제비오 다 실바 페헤이라. 72년 전(1942년) 오늘,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동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태어났다. 내기 축구만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축구 신동이었다. 15세에 모잠비크 프로축구단에 들어갔고, 18세에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에 입단했다.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축구 영웅의 탄생을 알린 에우제비오는 15년간 소속팀 벤피카를 11차례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1965년 포르투갈 선수 최초로 축구 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컵을 수상했다. 1966년에 포르투갈로 귀화, 같은 해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9골을 넣으며 포르투갈을 3위에 올려놓았다. 이 대회 북한전에서 0 대 3으로 뒤지다가 4골을 몰아넣어 5 대 3 승리를 이끈 그는 훗날 이 경기를 ‘생애 최고의 경기’로 꼽았다.

1980년 미국에서 은퇴 후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해설자로도 나선 에우제비오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12 대회 관람 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1년 반 만에 눈을 감았다. 그를 잇는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의 영전에 바친 말이다. “에우제비오여, 영원하라.”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