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럽게 꼬집은 부조리한 세상
“소설가가 소설을 재미있게 쓰는 방법을 잃어버린 시대라는 걸 감안하면 더 돋보이는 소설이다. 지배권력의 알레고리를 이만큼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긴 쉽지 않다.”

문학상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박범신 씨가 이같이 극찬한 제1회 수림문학상 당선작인 최홍훈 씨(33·사진)의 《훌리건K》가 출간됐다. 수림문학상은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신인작가와 등단 5년차 미만 기성 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장편문학상으로 상금은 5000만원이다.

이번 당선으로 등단한 신인 작가 최씨의 《훌리건K》는 시종일관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고 부조리한 세계를 능청스럽게 비판한다. 작품 속 세상은 야구가 장악했고, 야구는 절대권력인 ‘국민심판’ 포청천이 장악했다. 주인공은 포청천의 오심으로 야구 인생을 마감하게 된 ‘육손 투수’. 포청천의 권위에 눌려 항의하지 못했지만 당시의 충격으로 손가락 하나가 잘리는 악몽에 12년간 시달린다.

아내의 조언으로 포청천을 찾아가 항소하지만 포청천의 판정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주인공을 탓하는 대중. 결국 판관모독죄 판결을 받고 ‘1급 훌리건’으로 낙인 찍힌 그에게 포청천은 당근과 채찍으로 회유하지만 주인공은 끝까지 ‘비전향 훌리건’으로 남는다. 인기 대만 드라마 ‘판관포청천’의 인물들이 불공정한 세력으로 등장해 역설을 더하고, 인기 종목인 야구를 통해 독자의 가독성을 높인다.

제주 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작가는 “사회적으로 페어플레이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에서 소시민의 불복종에 대해 쓰고 싶었다”며 “세상을 풍자하는 데에도 신경 썼지만 소설의 재미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