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떠내려가도, 집에 물이 차도 '속수무책', '허둥지둥'
일일 강수량 절반 넘어…경기북부 역대 최고 시우량 '버금'

주말 경기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가운데 14일 가평과 연천에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퍼부었다.

경기 동두천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7시 1시간 동안 연천군 중면에 94mm의 집중폭우가 내렸다.

또 가평군 하면에는 오전 8시 11분~9시 10분 1시간 동안 91mm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두 곳에 내린 비는 연천 160㎜, 가평 199㎜였다.

절반을 넘는 폭우가 1시간 동안 집중된 것이다.

이는 비공인·공인 최고 시우량에 버금가는 엄청난 양이다.

경기북부지역에는 1990년 중반 이래 유난히 대규모 장마 피해가 잦았다.

100년 만의 대홍수로 일컬어지며 문산읍과 연천읍 시가지를 물바다로 만들었던 1998년 8월 경기북부 최고 시우량은 125㎜였다.

경기·강원 지역을 휩쓸며 42명의 인명피해를 낸 2011년 7월 장마 당시 26일 오후 4시 30분~5시 30분 의정부지역에 퍼부은 시우량은 101.5㎜였다.

참고로 경기 동두천·문산기상대가 공식적으로 보유한 시우량 최고기록은 각각 동두천 1998년 8월 6일 86mm, 문산 2011년 7월 27일 66.5mm다.

기상청은 기상대가 설치된 곳의 측정값 만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

연천 중면과 가평 하면은 지자체가 관측장비를 설치한 곳이다.

이렇듯 단시간에 쏟아진 많은 비로 재난당국과 주민들은 미처 손을 쓰지 못했다.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며 허둥지둥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가평군 상면 덕현리의 한 하천 인근에서 물에 잠긴 차량에서 내려 가족을 구하려던 34세 남성이 순식간에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아내와 자녀 등 가족 4명은 119구조대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또 오전 11시께 가평군 청평면 조종천이 넘쳐 승용차 3대가 급류에 떠내려갔다.

재난당국과 주민들은 이 광경에 발만 동동 굴렀다.

주택 침수도 잇따라 연천 14채, 가평 32채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경기북부지역은 14일 오후 4시 현재 호우특보가 모두 해제됐다.

그러나 15일 새벽을 기해 호우 예비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기상대의 한 관계자는 "14일 밤부터 15일 낮까지 50∼100mm, 곳에 따라 많게는 150mm까지 비가 내리겠다"며 "국지성 호우로 지역별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