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기발한 목욕탕 타임슬립 '테르마이 로마이'
일본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만화 '진(仁)' 등에서 분 '타임 슬립' 열풍은 작년 국내 드라마 '닥터 진', '신의', '옥탑방 왕세자', '나인' 등으로 이어지며 국내에도 익숙한 소재가 됐다.

이번에는 목욕탕으로의 타임 슬립이다.

고대 로마의 공중목욕탕 '테르마이' 건축설계사 '루시우스'(아베 히로시 분)는 참신한 건축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우연히 목욕탕 바닥에 난 구멍을 통해 타임 슬립을 한다.

그가 도착한 곳은 현대 일본의 한 목욕탕. 하지만 루시우스는 전부 얼굴이 평평한 사람들만 있는 이곳을 '평안족'(平顔族) 노예들의 목욕탕으로 오해한다.
[새영화] 기발한 목욕탕 타임슬립 '테르마이 로마이'
[새영화] 기발한 목욕탕 타임슬립 '테르마이 로마이'
'노예들이 쓰는' 목욕탕치고는 목욕 바가지와 옷 바구니, 벽화, '과일향 나는 소젖' 음료수까지 온통 기발한 물건투성이다.

다시 로마로 돌아온 루시우스는 이를 로마의 테르마이에 도입해 호평을 받는다.

얼마 뒤 테르마이에 자주 오기 힘든 노인의 고충을 접한 루시우스는 또다시 현대 일본의 한 가정집에 넘어오게 되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가정용 목욕탕을 만들고 소 내장을 이용한 샤워기 등을 고안한다.

[새영화] 기발한 목욕탕 타임슬립 '테르마이 로마이'
이후에도 새로운 건축 아이디어를 고민할 때마다 공교롭게도 타임 슬립을 통해 현대로 넘어오게 되는 루시우스. 그는 거품 욕조, 비데, 노천탕 등 다양한 목욕 문화를 반영해 로마의 테르마이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일본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는 이처럼 고대 로마의 한 목욕탕 설계사가 일본 현대 목욕탕으로 타임 슬립한다는 기발한 소재를 다룬 코미디다.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절 고대 로마 제국을 구현해 낸 장대한 배경과 달리 영화는 가볍고 유쾌하다.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며 로마인 복장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본 배우들의 모습이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우스꽝스럽지만 이 또한 영화가 주는 재미 중 하나다.

특히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히어로' 등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베 히로시는 현대 일본인을 '평안족 노예'로 여기며 능청스럽게 로마인인 척 연기해 웃음을 자아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각종 목욕용품을 바라보는 루시우스의 시각과 이를 재해석해 로마 시대에 맞게 만들어 낸 상상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발하고 참신하다.

일본에서 800만 부가 넘게 팔린 야마자키 마리의 베스트셀러 만화가 원작이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를 연출한 다케우치 히데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황당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18일 개봉. 상영시간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