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현지시간) 콘클라베가 끝난 뒤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광장을 가득 메운 10만여 인파의 환호에 가벼운 미소와 기도로 화답했다. 하지만 새 교황의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폐쇄적인 교황청 내부 개혁과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부상에 따른 위상 재정립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어서다.

◆교황청 내부 부패 척결

새 교황이 직면한 대표적인 과제는 교황청 내부 부패 척결과 관료주의 타파다. 지난해 불거진 교황청 비밀문서 유출사건, 일명 ‘바티리크스’는 가톨릭 최상층의 부패와 권력투쟁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서구 언론과 가톨릭 전문가들은 교단 내부 위계질서와 결속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황청 외부, 특히 유럽 이외 지역의 목소리를 교황이 잘 청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조지프 토빈 추기경은 지난달 관할 인디애나폴리스 교구 신문을 통해 “많은 선행과 헌신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의 효용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구조와 관행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 교황이 청빈과 봉사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이어받은 것은 교황 선출에 참여한 추기경들 사이에서도 권력이라는 악마의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제들의 잇단 성 추문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바티칸이 지금까지 완고하게 거부해온 여성 사제, 피임문제 등에 대한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바티칸 권력 분산될까

비유럽권·남미 출신 교황 탄생은 유럽 중심의 가톨릭 교회로는 개혁 요구와 현대화의 흐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교회 전반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가톨릭은 공동화(空洞化)하는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의 가톨릭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세계 가톨릭신자 11억명 가운데 유럽 신자는 2억7700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합치면 3억명이 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 신자는 4억2500만명으로 전체 가톨릭의 45%를 차지한다. 아르헨티나에선 전체 인구 4000만명 가운데 7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따라서 비유럽권 교황 선출을 계기로 가톨릭의 무게 중심이 로마와 유럽을 벗어나 각 지역으로 분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교황을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에 비유하면서 “새 교황은 조직의 기강을 해치는 직원(부패·성추문 사제)부터 해고하고, 고객 수가 늘고 있는 신흥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