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의 유령’ (2001년 LG아트센터 초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10월9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가스통 르루의 소설《오페라의 유령》을 각색하고,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곡을 썼다. 초연 연출은 미국인 감독 해럴드 프린스가 맡았다.

‘오페라의 유령’은 정체 불명의 괴신사 오페라의 유령에게 사로잡힌 아름다운 가수 크리스틴 다에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웨버가 아내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곡을 썼고, 이 뮤지컬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은 자연스럽게 브라이트만에게 돌아갔다.

동명 작품들이 원작 소설을 기괴한 공포물로 다뤘던 것과 달리, 웨버는 이 작품을 애절한 로맨스물로 만들었다. 연출가는 장애인들의 실제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뒤, 장애로 왜곡된 팬텀의 인간성과 사랑에 대한 집착 등을 연출의 큰 뼈대로 세웠고, 팬텀을 좀 더 신비스럽고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1986년 초연 때 주연인 팬텀과 크리스틴 역에는 마이클 크로포드와 사라 브라이트만이 캐스팅됐는데, 두 사람은 ‘오페라의 유령’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뮤지컬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1997년 이후 지금까지 총 2500회 이상 팬텀과 라울 역을 맡은 브래드 리틀도 이 뮤지컬로 유명해진 배우다.

2001년말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 무대에 처음 선보였다. 당시 3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7개월간 244회의 공연을 이어가며 총 24만여명이 관람, 192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2005년 오리지널 팀 내한공연 때도 3개월간 19만여명이 관람, 170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09년 라이선스 공연 때도 한국 뮤지컬 사상 단일공연으로 최초로 30만 관객을 돌파했다. 7일부터 시작되는 오리지널팀 공연에서는 2005년에 이어 브래드 리틀이 팬텀 역을 맡는다.


# ‘캣츠’ (1994년 예술의전당 초연)

“재앙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본 최악의 공연이 될 것이다. ‘캣츠는 도그다’.”

1981년 5월11일 뉴런던 시어터. 지난 10년간 한 번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 극장에서 흥행 뮤지컬 ‘캣츠’의 초연이 이뤄졌다. 프리뷰 기간까지도 공연 관계자들은 ‘캣츠’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고, 최악의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공연이 거듭될수록 관객들은 점점 늘어났고,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만 22년간 8950회나 공연했다.

T.S 엘리어트의 우화시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스토리가 없어 제작이 쉽지 않았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온 작사가 팀 라이스와 결별하고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젊은 예술감독 트레버 넌, 젊은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와 손을 잡았다. 트레버 넌은 뛰어난 인재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대형 상업 작품의 연출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대중에게 알려진 뮤지컬 스타 주디 덴치도 공연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주인공 그리자벨라 역할을 일레인 페이지가 맡아야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캣츠’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초연 전날까지도 투자자들이 망설이는 탓에 투자금 확보가 어려웠지만, 이듬해 1982년 10월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사전 예매액만 620만달러로 최고 예매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흥겨운 삼바 음악에 맞춰 약 30마리의 인간 고양이들이 흔들어대는 춤으로 시작해 인간 구원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극중 늙고 외로운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뮤지컬 아리아. 국내에서는 1994년부터 네 차례에 걸친 내한공연과 2008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라이선스 공연으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 됐다.


# ‘위키드’ (2012년 블루스퀘어 초연)

뮤지컬 ‘위키드’의 원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대표 소설 《위키드: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이다. 2003년 초연해 9년간 브로드웨이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올해 한국 뮤지컬계의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최단기간(3개월)에 20만 관객을 돌파하며 26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원작 소설은 1900년에 발표된 이후 영화, 뮤지컬, 연극 등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돼 온 《오즈의 마법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가 나쁜 마녀로 알고 있는 서쪽 마녀 엘파바는 사실 오즈의 마법사에 대항한 정의롭고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고, 착한 마녀 글린다는 꾸미기 좋아하고 주목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공주병 환자였다는 이야기.

뮤지컬은 10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을 중심으로 한 성장스토리로 손봤다. 드라마가 단순해지면서 집중도가 높아졌다. 맥과이어의 소설이 잔인하고 어두운 동화였다면, 뮤지컬은 훨씬 발랄하고 밝아졌다. 소설에서는 엘파바의 죽음으로 끝나는 결말도 새롭게 각색됐다. 맥과이어의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의 탄생 비화가 첨가돼서 원작과의 연관성도 깊어졌다.

‘위키드’가 2000년대 대표 흥행작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생각할 만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슈왈츠의 아름다운 음악 역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상상의 나라, 오즈를 구현한 무대와 의상도 훌륭한 볼거리다.

가장 화려한 장면은 엘파바와 글린다가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하는 장면. 의상 디자이너인 수잔 힐퍼티는 이 장면이 패션쇼와 같은 느낌을 주기를 원했다. 의상은 전체적으로 엘파바와의 피부색과 같은 녹색 톤으로 이뤄졌다.

이 덕분에 ‘위키드’는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상, 외부 비평가협회상에서 모두 무대, 의상상을 수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