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태양이 주인이다. 1년에 300일 이상 햇살 가득한 날씨로 유명한 호주 퀸즐랜드주 케언스(Cairns)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문화유산을 2개나 가지고 있는 유일한 지역.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거대한 산호지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와 아마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쿠란다(Kuranda) 열대우림이다. 인구 12만명에 불과한 곳이지만 매년 200만명의 관광객이 전 세계에서 찾아 오고 있다. 도대체 이 작은 도시의 매력은 뭘까? 뜨거운 바다와 뜨거운 태양,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들의 추억이 완성되는 곳, 호주 케언스로 떠나보자.

원더풀 - 육·해·공 액티비티 ‘완전정복 ’

“내일은 새벽 3시50분까지 로비에 집합해 주세요. 아침엔 제법 쌀쌀하니 긴팔 옷을 입으셔야 합니다.”

가이드가 다짐을 받아두려는 듯 일행들과 일일이 눈을 맞춘다. 행여 늦잠이라도 잘까봐 걱정인가 보다. 열기구 업체에서 호텔로 보낸 무료 픽업 차량의 좌석은 거의 꽉 찼다. 대부분 일본인과 중국인이고 한국인은 우리 일행 4명뿐. 열기구에는 카메라와 모자 등의 소지품만 가지고 오를 수 있고, 스킨스쿠버를 즐긴 지 12시간 안에 열기구를 타면 안 된다고 하니 주의사항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열기구는 새벽 찬 공기의 기압차를 이용해야 잘 떠오르기 때문에 바람이 불거나 비가 자주 내리는 변덕스런 기후에선 시도할 수 없는 레포츠다. 불을 뿜어대는 열기구를 보니 어릴 적 읽었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생각난다. 하늘을 나는 흥분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해진다.

16인승 바스켓이 하늘로 솟아오르자 넓게 펼쳐진 평원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다. 중력에 차츰 적응될 즈음 누군가 소리친다. “앗! 캥거루다!” “어디 어디?” 탄성과 카메라 셔터가 연이어 터진다. 평화로운 광경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능청스럽게도 붉은 해가 어둠을 밀어내고 햇살을 뿜어내고 있다. 벅찬 감동이다. 어떤 유명 배우는 열기구를 타고 프러포즈를 했다던데 하늘 위 이곳에서라면 누구 입에서라도 ‘YES’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것 같다.

열기구 투어가 끝난 뒤 중간 지점에서 사람들을 바꿔 태울 경우 한 사람이 내리고 다른 사람이 타기를 반복하며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꺼번에 내리면 기구가 가벼워져 금세 다시 하늘로 올라가버리기 때문이다. 민가나 농장에 불시착할 때를 대비해 열기구 업체는 주민들에게 매년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니, 이 또한 호주가 관광대국이 된 원동력이지 않을까.

뷰티풀 - 니모는 찾았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바다에 떠 있는 보석’이라 불리는 산호초 군도다. 2300㎞에 이르는 세계 최대 에메랄드빛 산호초 지대에서 해양 레포츠를 즐기려면 크루즈를 타고 1시간30분가량 바다로 나가야 한다. 크루즈에 있는 한국인 스태프 조셉이 배멀미 약을 챙겨주지 않았더라면 그 시간이 실제보다 훨씬 길고 고통스러웠을지 모르겠다. 바다 놀이터로 이동하며 스킨스쿠버, 시워킹, 스노클링 등의 종목을 선택해 간단히 강습을 받는다. 바다의 속살은 과연 어떨까? 끝모를 정도로 깊고 푸른 바닷속에 숨어 있는 산호초를 빨리 만나보고 싶어졌다.

산호군도가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 크루즈를 고정시켜 정박하자 다들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먼저 유리바닥 보트와 반잠수정 투어를 시작했다. 산호초 사이를 무리지어 다니는 아름다운 열대어와 작은 상어들, 강렬한 색을 뽐내는 불가사리…. 이곳엔 1800여종의 물고기와 연체동물이 살고 있다고 하니 해양 체험장으로 이보다 좋은 곳이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질문 하나. 산호는 동물일까, 식물일까? 산호는 동물이다. 다음달 12~15일께 일식이 있고 산호 산란기까지 겹쳐 이를 관찰하기 위해 전 세계 다이버 4만여명이 몰려와 주변 섬의 호텔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가이드가 귀띔해준다. 11월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다이버들의 메카’가 될 것 같다. 산호초에서 바다로 뿜어내는 수백만 개의 알은 물 속에서 환상적인 불꽃놀이를 만들어내는 데 이 경이로움을 즐기기 위해 밤을 새우며 관찰한다고 한다. 스노클링을 즐기다가 고래를 목격하는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니 눈을 크게 뜨고 즐겨야겠다.

컬러풀 - 정글 속으로…악어가 나타났다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열대우림을 보기 위해 쿠란다 빌리지로 향했다. 쿠란다는 케언스에서 북서쪽으로 34㎞ 떨어진 전원마을로 열대우림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스카이레일과 쿠란다 열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길이 7.5㎞로 세계에서 가장 긴 스카이레일을 타니 짙은 녹색의 열대우림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정상으로 가다 중간역에 내리자 자메이카 출신의 가이드가 멸종위기의 양치식물에 대해 설명해준다. 뾰족하고 길게 뻗어 올라간 수천만년 전의 식물들이 정글의 언어로 말을 거는 것 같다.

산 중턱에 이르니 배런폭포가 보인다. “칙칙…칙칙….” 마침 열차가 지나간다. 쿠란다 열차는 목재를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이었으나 100년이 지난 지금은 열대우림을 관광하는 열차로 운행되고 있다. 숲과 계곡 사이에 놓인 철로를 아슬아슬하게 헤치고 나가는 스릴이 있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쿠란다 빌리지에 도착해 아미덕(Army Duck) 투어를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인 수륙양용 아미덕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정글과 호수를 둘러보는 데 현지 가이드가 타잔 흉내를 내며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스치기만 해도 독성이 있는 풀, 원주민이 악기를 만들던 나무 등 한국어로 된 설명자료와 비교해서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곳에선 코알라와 캥거루를 직접 만져보고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성별이 바뀌어 ‘트렌스젠더 물고기’라 불리는 바라문디, 부인 7명을 잡아먹어 ‘잭더리퍼’란 이름이 붙은 포악한 크로커다일(악어)도 있다. 하지만 갇혀 있어서인지 순하게만 보인다. 넉넉한 미소로 이방인을 맞아주는 파미기리 원주민과 함께 부메랑 던지기와 그들의 전통악기 디저리두 사용법도 배울 수 있다.

케언스는 휴양과 액티비티 스포츠의 절묘한 조합으로 짜릿함을 즐기려는 젊은 신혼부부들에게 허니문 여행지로 제격이다. 하늘 위에선 사랑의 맹약을 하고, 바닷속에서는 함께 숨을 참아내고, 정글 속 밀림을 탐험하며 서로의 영혼 속에서 농익어 갈 추억들이 예비 커플들을 유혹하고 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전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 이 신비로운 땅에 머무르고 있노라면 인간의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원시적인 ‘사랑하는 마음’을 들켜버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지상의 파라다이스를 미리 다녀왔으니 진짜 허니문은 어디로 떠난다?

■ 여행 팁

도심 인공비치 '라군' 에서 바다 감상하는 것도 운치

2014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리는 케언스는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호주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지역별로 서머타임을 실시하는데 지역마다 시간이 다르므로 이동할 때 시계 맞추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케언스 간 직항은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할 땐 시드니에서 환승해 케언스로 가야 한다. 캐세이퍼시픽이 홍콩을 경유해 케언스로 가는 항공편을 매일 운행하고 있다.

케언스 도심에 있는 에스플래네이드 라군(Esplanade Lagoon)에서 푸른 바다와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도 인기다. 라군은 앞바다에 악어가 살고 있어 수영이 금지되자 관광객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든 수영장이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국 업체론 처음으로 케언스에 사무소를 열어 허니문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아이콘투어(02-723-7983)에서 선셋크루즈, 열기구 투어, 배런강 래프팅, 헬리콥터 투어, 리무진 투어 등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으니 신혼여행 일정에 맞게 상담해보는 것도 좋겠다.

케언스에 관한 상세 정보는 호주관광청(australia.com)과 퀸즐랜드주 관광청(queensland.or.kr) 홈페이지 참조.

케언스=신영하 기자 brabo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