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작권 보유 업체들은 지난해 중국 포털 등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보상금 250억원을 받아냈다. 2007년(11억원)의 22배가 넘는 금액으로 연간 영화·방송 프로그램 수출액과 맞먹는다.

이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06년 베이징에 저작권센터를 열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 앨범 등의 불법 복제물에 대한 단속을 벌인 결과다. 저작권위원회의 노력에 힘입어 중국에서 우리 콘텐츠의 온라인 불법 유통 비율은 2007년 영화 88%, 드라마 91%에서 지난해 영화 68%, 드라마 25%로 격감했다.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장은 “저작권 보호 조치를 아시아 각국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한류 확산과 함께 해외에서 우리 콘텐츠를 지킬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지난 10일 필리핀 마닐라에 저작권센터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2010년), 태국 방콕(2007년)에 이어 네 번째. 이날 리카르도 블랑카플로 필리핀 지식재산청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지식재산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되면 3개 부처에 나눠져 있는 불법 복제물 단속 업무를 일원화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지재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K팝 등이 대부분 불법 유통되고 있다. 마닐라 시내에 있는 전자상가 세인트 프란시스에서는 ‘해를 품은 달’ ‘아이리스’ 등 한류 콘텐츠 DVD들이 장당 1000~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불법침해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필리핀에 대한 국산 방송콘텐츠 수출은 2010년 413만달러로 베트남(221만달러) 태국(353만달러)보다 많지만 실제 소비량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수치다.

최진영 방콕저작권센터 사무소장은 “정부가 불법 복제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법적 조치는 현지인들의 반감을 불러올 공산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K팝과 영화, 드라마 등이 대도시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필리핀 최고 인기곡도 대부분 K팝이다. 현지 방송사 ABS-CBN, GMA 등은 프라임 타임대에 한국 드라마를 고정 편성하고 있다.

마닐라 시내에서 만난 크리스틴 로드리게츠 필리핀 K팝팬클럽연합회장은 “필리핀에서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K팝 스타들에 대해 10여개 팬클럽 6만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 팬클럽인 코리안드라마소사이어티의 웨나 대표는 “가입자가 벌써 5000명을 넘어섰는데 한국 드라마가 아주 재미있고 배우들이 멋있다”며 “한국 상품 구매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마닐라=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