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나무 닮은 디자인…"자연 섭리가 제 작업 원천"
“자연의 섭리가 제 작업의 원천입니다. 자연에서 다양한 이미지들을 활용하거든요. 엔지니어링과 디지털 기술로 우리가 생각하는 원초적인 자연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13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네덜란드의 예술가구디자이너 요리스 라만(32). 그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느낀 영감과 첨단 기술을 디자인에 적용한 하이브리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만은 과학적 논리와 디자인적 장식성을 융합해 인체의 뼈 형태 의자나 숲 모형 테이블, 세포 분열 이미지의 탁자 등 혁신적인 가구예술을 선보여왔다. 2003년 네덜란드 디자인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을 수석졸업한 그는 월페이퍼 매거진 ‘올해의 젊은 디자이너상’(2004)을 비롯해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2006), 운 어워드(2007), 국제 엘르 데코 어워드(2008), 월스트리트저널의 ‘올해의 혁신가상’(2011) 등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2008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기획전 ‘디자인과 유연한 정신’에 본 체어 (Bone Chair)와 본 체이즈(Bone Chaise)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현재 명품 가구업체 플로스를 비롯해 비트라, 스와로브스키, 드룩과 협업하고 있다.

작업실과 스튜디오를 ‘실험실’이라고 부르는 그는 “과학자가 예술가의 창의성과 자유 의지를 활용하고, 예술가가 엔지니어의 규율과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면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듯하지만 강렬하고 섬세하다. 알루미늄과 강철, 고무 등을 통해 무게감과 안정성을 얻고 전통성도 아우른다.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방식의 생명과학을 결합시킨 제작 방식도 특이하다. 그는 “기술적인 연구와 인터넷 프로그램, 웹사이트를 적극 활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디지털 공예’로 불린다. “엔지니어와 3차원(3D)기술자 등 7명과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가 디자인부터 주물까지 전 과정을 컨트롤하는데 엔지니어들은 항상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아요. 그렇지만 예술가들의 당초 이야기가 결국은 맞더군요.”

그는 “최근의 3D기술 영향으로 디테일에 관해선 단 0.1㎜ 오차도 허용치 않을 정도로 치밀하다”며 “자연과 우주에 디자인의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에 대해 특별히 연구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인체의 뼈대나 나무, 숲, 나뭇잎 등 특유의 자연 친화적인 것들에 관심을 갖습니다.”

내달 2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본 체어를 비롯해 브랜치 북셸브, 브리지 테이블, 리프 테이블, 포레스트 테이블 시리즈 등 23점을 만날 수 있다.(02)735-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