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내달 6~14일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에 있는 영화의전당에서 열린다. 70개국 307편이 상영되며 이 중 세계에서 처음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는 89편,자국 외 지역에서 처음 상영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46편이다.

개막작은 소지섭과 한효주가 주연한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전직 복서 철민과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명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전화 교환수 정화의 러브스토리다. 폐막작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하라타 마사토 감독이 일본 작가 야스시 이노우에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성공한 작가의 아픔과 원망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국산 3D(입체)영화 세 편도 관심을 끈다. 7000만원으로 제작한 장편 3D영화 '물고기'(박홍민 감독)와 추상록 감독의 '감'은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3D로 변환돼 새로 선보인다.

아랍 혁명을 다룬 영화도 주목된다. 이집트 영화 '18일'(셰리프 아라파 외)은 무바라크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이집트 혁명을 다룬 단편 10개로 구성됐고 튀니지 다큐멘터리 '두려움을 떨치고'(무라드 벤 셰이크)는 재스민 혁명의 시초가 된 튀니지 혁명을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개 · 폐막작을 비롯한 대부분의 작품이 오는 29일 개관하는 영화의전당에서 상영된다. 개 · 폐막식 티켓 예매는 26일 오후 5시부터,일반 상영작 예매는 28일 오전 9시부터 각각 인터넷으로 개시한다. 프로그래머 추천작은 다음과 같다.

◆왜구의 무기(중국 · 수하오펑 감독)=이상한 검객 두 명이 새로운 문파를 열기 위해 기존 문파에 대결을 요청한다. 기존 문파는 둘이 가진 괴상한 무기들을 일본 무기라고 보고 '일본 해적'으로 낙인 찍는다. 두 검객은 무술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살아있는 전설'과 싸워야 할 처지다. 장르의 틀을 파괴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던지는 무협영화다.

◆평화유지작전(이탈리아 · 프란체스코 라지 감독)=이탈리아 국민 코미디배우 실비오 올란도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수작.1995년 유고내전 종식 후 사각지대가 된 그리츠 협곡에 군부대가 내전 전범을 체포하기 위해 급파되지만 공산주의자 아들 자코모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를 들고 등장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핫 핫 핫(룩셈부르크 · 베릴 콜츠 감독)=놀이공원 '피시 랜드'에서 오랫동안 물고기 돌보는 일을 하던 소심한 남성이 어느날 스파 부서에 배치된다. 이곳에서 그는 알몸과 관능의 세계와 맞닥뜨리고 서서히 자신을 옥죄던 구속의 틀을 벗어 던진다. 올해 출품작 중 가장 많은 웃음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다-물고기 이야기(필리핀 ·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 감독)=중년의 부인 리나가 어렵게 임신하지만,놀랍게도 물고기를 출산한다. 남편 미겔은 물고기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지만,리나는 완벽히 자신의 아이로 여긴다. 이후 가정의 의미를 질문하게 하는 우화가 펼쳐진다. 특이한 소재로 가족과 종교적 구원의 문제까지 다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