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뚱녀' 화평공주는 지책사(다이어트 지도사)의 지시 아래 필사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한눈에 반한 남자 백모진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백모진의 마음은 날씬한 시녀에게 있다. 이 작품에서 뚱녀로 몰라보게 변신한 연기자는 유진이다.

KBS가 최근 방송한 단막극 '화평공주 체중감량사'는 현대인의 관심사인 다이어트를 사극에 녹여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 늦은 밤(일요일 오후 11시15분) 시간대인데도 시청률이 8.2%에 이른다. 단막극 '동일범'은 살인범으로 오인된 피해자가 진짜 범인을 잡는 이야기다. 배우 겸 가수 이지훈과 베테랑 연극배우 백원길,신인 신다은 등이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주말에는 여성 동성애를 다룬 '클럽빌리스티의 딸들'로 시선을 붙들었다.

KBS가 지난 6월 초부터 방영 중인 단막극 시리즈의 인기가 뜨겁다. 방송드라마 중 수준이 가장 높지만 광고 부족으로 오랫동안 폐지됐던 단막극들이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지원으로 재탄생,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광고도 늘었다. 자체 예산으로 단막극을 제작 중인 KBS의 권계홍 담당 PD는 "시청률이 지난해 평균 4~5%대에서 올해는 5~6%로 높아졌다"며 "미술비를 제외한 편당 평균 제작비 8000만원을 상쇄할 정도로 광고도 늘었다"고 말했다.

단막극은 무엇보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을 공식처럼 집어 넣는 막장 드라마와 달리 내용이 신선하다. 산삼을 둘러싸고 벌이는 인간군상의 탐욕을 그린 '미로',아기 도깨비들이 지구를 정복하려는 외계인과 맞서는 '도깨비 뚜구닥', 일본 주부가 한국에서 연예인이 되기 위해 오디션에 나서는 '노리코,서울에 가다' 등이 방송됐거나 대기 중이다.

단막극은 재능 있는 새 얼굴을 발굴하는 창구로도 이름 높다. 배용준 전도연 차태현 등 톱배우와 표민수 김윤철 노희경 등 스타 PD,작가들이 단막극으로 성장한 대표적 인물.올해는 '화평공주'를 쓴 신인 작가 김은령 씨와 이 작품을 연출한 송현욱 PD 등이 빛을 봤다. 연극계에서 주로 활동하던 배우 이기준 씨와 백원길 씨도 단막극을 통해 유명해졌다.

유진 한지혜 이선균 등 스타들도 일반 출연료의 절반 값에 기꺼이 나섰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단막극은 유명 PD 등 드라마 관계자들이 꼭 챙겨 본다"며 "역량 있는 배우나 PD들이 자신의 기량을 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들어 KBS만 자체 재정을 투입해 정규편성을 하고 있다. 시청률이 제대로 나오려면 6개월간 편성해야 하지만 MBC나 SBS 등은 예산 부족으로 가끔씩 내보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다른 방송사에도 편성 시간을 확대하기 위해 내년 지원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며 "올해 10편을 만드는 데 편당 1억원씩 10억원을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25억원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