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대 천주교 조선교구장 리델 주교는 1876년 선교를 위해 최초의 우리말 사전과 우리말 문법서인 《한불자전》과 《한어문전》을 탈고했다.

그러나 신앙의 자유가 없는 조선에서는 이를 인쇄할 수 없어 일본 요코하마의 레비인쇄소를 빌려 1880년 《한불자전》을,이듬해 《한어문전》을 인쇄했다. 이때 사용된 활자체는 최초의 한글 신식 연활자체인 최지혁체로,이후 조선에 수입돼 천주교 간행물은 물론 각종 교과서 등에 폭넓게 사용됐다.

최지혁은 리델 주교의 복사를 맡았던 신자였다. 글씨를 잘 썼던 탓에 그의 서체로 활자를 만들었다.

최지혁체로 《한어문전》을 처음 펴냈던 가톨릭출판사가 오는 28일로 창립 125주년을 맞는다.

이는 천주교 박해 시절 일본 나가사키에 있던 성서활판소를 서울 정동으로 이전한 1886년부터의 역사를 기념한 것으로,일본에서 《한불자전》 등을 인쇄 · 편찬한 때로부터 계산하면 역사는 130년을 넘어선다. 국내 최고(最古)의 출판사다.

성서활판소는 이후 경향잡지사를 거쳐 1958년 가톨릭출판사로 이름을 바꿨고,최초의 잡지인 '보감'을 비롯해 '가톨릭청년''가톨릭소년' 등 다양한 잡지와 5000여종의 단행본을 출간하며 문서선교에 앞장서왔다. 가톨릭출판사는 오는 26일 창립 125주년 기념미사와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