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30분께.바람이 선선했다. 긴팔 티셔츠를 가져오길 잘했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피서 휴양지다. 한여름에도 섭씨 30도를 넘는 날이 드문데다 장마도 없어 늘 쾌적하다.

먼저 찾아간 곳은 시라오이.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문화촌으로 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박물관 견학과 각종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누족은 800년 전 홋카이도에 정착했다고 한다. 아이누는 '사람'을 뜻하는 데 홋카이도 전체에 2만5000명 정도 살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한다면 시라오이를 둘러볼 때 그의 작품 '원령공주'가 생각날 것이다. 의상과 생활풍습,자연 숭배 등이 이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한다. '원령공주'는 아이누족의 신화와 생활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박물관보다는 민속공연이 더 재미있다. 민속공연을 진행하는 일본인의 재치가 넘친다. 한국말과 일본말을 섞어가면서 능청을 떠는 모습에 관객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린다.

시라오이에서 나와 유황온천으로 이름난 노보리베쓰로 이동했다.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달리니 작은 온천마을이 나타난다. 오후 5시를 갓 넘겼을 뿐인 데 벌써 서늘한 땅 기운이 올라온다.

호텔에서 짐을 풀기 전에 지옥계곡 구경부터 했다. 지옥계곡은 인근 계곡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와 뜨거운 열기가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웅덩이에 있는 물이 펄펄 끓고 있다.

숙소는 노보리베쓰 안에 있는 곳으로 정했다. 전통 료칸은 아니지만 아늑한 다다미방에 노천탕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저녁 식사는 뷔페.털게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조개 관자구이.짭짜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와규 소고기 구이도 추천한다. 홋카이도는 소고기와 유제품으로 유명하다. 치즈,아이스크림도 종류별로 먹어보면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방사능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훗카이도청은 도에서 잡히는 어획물의 방사성물질 농도를 7~10일에 한 번씩 측정하는데 지금까지 기준치를 넘은 적이 없다고 한다.

노천탕엔 각종 스킨,로션이 다 갖춰져 있다. 비누와 샴푸,린스도 자리마다 비치돼 있다. 티켓을 따로 끊을 필요도 없다. 자기 방에 있는 일본 전통의상 유카타를 입으면 이 호텔에 묵고 있다는 게 증명된다.

둘째날엔 시대촌에 들렀다. 우리나라 민속촌과 비슷하다. 시대적인 배경은 에도다. 애니메이션 강국답게 머리를 깎은 무사,우물가의 아낙네,악기를 배우는 부잣집 마나님 등의 표정이 생생하다.

점심 식사는 시대촌 안에 있는 식당에서 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 식당가가 없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에도시대 전통음식인 토리우동무시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동 사리와 버섯,호박,닭고기,감자 등을 양념없이 쪄낸 것으로 식당에서 제공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차로 30분만 이동하면 도야 호수에 닿는다. 1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겼다고 한다. 호수 옆에 있는 우수산은 100년간 네 번에 걸쳐 분화했다. 비교적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예측가능한 시간에 분화하다보니 주민들의 피해가 크진 않다고 한다.

분화구를 좀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우수산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면 된다. 일본에서도 인기있는 수학여행 코스여서 케이블카 안에서 학생들과 나누는 미소도 즐겁다.

셋째날엔 영화 '러브레터'로 유명한 오타루를 찾았다. 운하 주변 산책이 운치있다. 유리공방 거리를 걸으며 오타루 특산품인 유리제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5분마다 기적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증기시계가 있는 메르헨교차로에 일본 최대의 오르골 전문점인 오타루 오르골 본관이 있다. 오르골은 일종의 뮤직박스로 태엽을 감아서 작동시킨다. 이곳엔 전 세계 오르골 5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 거리를 걸을 땐 저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 수십가지 종류가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가장 클래식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여행객들은 통상 마지막날에 삿포로를 찾는다. 홋카이도의 관문격인 도시다. 바둑판 모양으로 길이 나 있어 산책 겸 구경하기에 좋다. 오도리공원이 도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봄에는 라일락축제,여름에는 맥주축제,겨울에는 눈축제가 열린다. 공원 끝에 있는 삿포로 텔레비전탑 전망대에 오르면 삿포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삿포로 라멘' 전문점들이 모여 있는 골목도 있다. 시간에 쫓겨 일본 라멘을 먹지 못했지만 아쉽지는 않다. 신치토세 공항 안에 있는 라멘집의 맛도 제법이기 때문이다.

여행 팁

대한항공,진에어,일본항공 등의 인천~삿포로 직항편을 이용하면 된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햇볕이 강하면서도 기온은 선선하기 때문에 선글라스와 긴팔옷을 준비해야 한다. 트래킹을 하거나 계곡 등을 오가기에 편한 신발을 갖고 가는 것도 좋다. 맥주공장을 방문해 맥주 제조 과정을 구경하고 무료 시음도 할 수 있다.

하나투어(1577-1233)는 '슬로시티-북해도 칸타빌레 4일' 상품을 내놨다. 특급 호텔과 료칸에서 숙박하면서 노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대한항공으로 매주 월,목요일에 출발한다. 가격은 119만9000원부터다.


홋카이도=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