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나카 나오토 등 줄이어

일본 유명 배우들의 한국 드라마 출연이 최근 줄을 잇고 있다.

외국인 배우의 국내 드라마 출연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미 유명세를 쌓은 일본 배우들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런 추세의 배경에는 양국 간 대중문화 개방 후 일본 배우에 대한 시청자의 반감이 크게 완화된 사회 분위기와 일본 내 한류를 노린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해외 진출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익숙한 일본 배우 얼굴, 한국드라마에서 본다 = 일본의 개성파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는 9월 말 방송 예정인 KBS 드라마 '도망자'에 출연한다.

이름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케나카는 일본 영화 '쉘위댄스'와 '워터보이즈' '으랏차차 스모부' 등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100여 편의 영화와 1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그는 라틴댄스를 향한 정열을 숨기고 사는 회사원(영화 '쉘위댄스'), 설사병에 시달리는 스모부 코치('으랏차차 스모부'), 괴짜 독일인 지휘자('노다메 칸타빌레') 등 개성 있는 역할을 코믹하게 소화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도망자'에서도 강한 겉모습에 여린 내면을 갖춘 정.재계 실력자로 등장,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에도 일본 영화나 드라마 팬이라면 익숙한 일본 배우가 등장한다.

괴팍한 유리공예가 류 선생 역을 맡은 도요하라 고스케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코믹한 음대 교수로 얼굴을 알렸다.

그는 '굿럭' '런치의 여왕' '시효경찰' 등 일본의 인기 드라마를 비롯해 최근 국내에 개봉한 영화 '어둠의 아이들'과 '남극의 쉐프'에도 출연했다.

도요하라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촬영 스타일이 일본과 거의 차이가 없어서 편하게 촬영에 들어가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촬영 도중 말이 다른 것 말고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 '워터스' '잼 필름스2' 등에 출연한 일본 여배우 다카키 리나는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떼루아'에서 일본 최고의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출연, 한국어 연기까지 선보였다.

◇제작사와 배우의 '윈윈전략' 맞아 떨어져 = 그동안 국내 드라마에 출연한 외국인 배우는 신인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로 떠오른 다니엘 헤니도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할 당시 신인 연기자 신분이었고 '달콤한 스파이'의 데니스 오, '온에어'의 리키 김, '탐나는도다'의 피에르 데포르트(황찬빈) 등도 국내 작품으로 연기에 데뷔했다.

최근 일본 유명배우들의 한국 드라마 출연은 한류를 통해 높아진 한국 드라마의 위상과 함께 외국시장을 노린 제작사의 마케팅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망자' 제작사 관계자는 4일 "일본 및 중국의 유명 배우들과 출연을 논의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둔 만큼 인지도 있는 해외 배우들의 캐스팅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일본 유명 배우의 등장은 2002년에도 있었다.

그해 MBC와 일본 TBS가 공동 제작해 방영한 드라마 '프렌즈'는 한일합작 드라마 1호로, 양국의 대표적 청춘스타인 원빈과 후카다 교코가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됐다.

그러나 당시 두 스타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국내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 작품이 실패하면서 한동안 한일합작은 주춤했고 일본 배우들을 만날 기회도 적었다.

최근 일본 유명배우들의 재등장은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이 달라진 데다 1998년 일본대중문화 개방 후 10년이 넘으면서 일본 배우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도 약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프렌즈' 제작 당시 양국의 배우들이 너무 일찍 만났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그동안 양국이 서로의 대중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데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한류스타 외에 인지도 있는 일본배우를 조연으로 활용하면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