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광고비 3배 올랐지만 효과는 기대이하
2010 남아공월드컵을 독점 중계하고 있는 SBS가 '대박'을 터뜨렸지만 기업들의 광고 비용 대비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2006 독일월드컵보다 광고 비용은 3배 이상 높은 반면 경기 시청률은 떨어졌다. 경쟁 프로그램 광고에 비해서도 효과 대비 비용이 턱없이 높았다.

시청률조사기관 TNmS미디어 집계에 따르면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전국 평균 시청률 51.5%(응원 프로그램 포함)를 기록했다. 광고 시청률도 평균 41.7%였다. 앞서 열린 그리스전의 시청률은 48%,광고 시청률은 37.9%로 각각 나타났다. 이 정도면 웬만한 드라마 시청률보다 훨씬 높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광고비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두 경기의 광고비는 15초당 9200만원이다. 이는 2006년 독일월드컵 첫 경기 한국과 토고전의 평균 단가 2500만원에 비해 3.6배나 높다. 그러나 광고시청률 상승세는 크지 않다. 아르헨티나전 광고시청률은 토고전의 지상파 합산 광고시청률 34.7%에 비해 7%포인트 상승했을 뿐이다.

본 경기 시청률은 오히려 더 낮다. 토고전 당시 지상파 합산 시청률 71%에 비해 SBS의 아르헨티나전 시청률은 20%포인트 떨어졌다.

월드컵 광고비 3배 올랐지만 효과는 기대이하
AGB닐슨에 따르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도 월드컵 광고비는 과다하게 책정됐다. 월드컵 축구와 비슷한 시간대의 SBS 드라마 '이웃집 웬수'(토 · 일 오후 9시)의 평균 광고시청률은 시작 전 7.75%,끝난 뒤 13.9%였다. 광고 가격은 1.5초당 1300만원이다. 월드컵의 경우 광고시청률이 3~5배 높은 반면 광고료는 7배나 높다는 의미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SBS가 독점 중계하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가 과다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기업들은 월드컵 경기에만 광고할 수도 없다. 끼워팔기로 20개 가까운 다른 광고를 구입해야 한다. 패키지 가격도 4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져 그리스전에 한 번 광고하기 위해 3억6000만~3억8000만원을 지불했다. 이 때문에 월드컵 관련 전체 방송 광고비도 4년 전 652억원에서 올해에는 10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를 SBS가 모두 가져간다.

기업들로서는 대안이 별로 없다. 대기업 관계자는 "SBS가 독점 중계를 하면서 비용을 높게 책정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협상력이 거의 없다"며 "방송사가 요구하는 대로 끌려가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참패하면서 기업 관계자들로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이겨 16강 진출이 확정됐다면 광고 판매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팀이 참패하면서 앞으로는 판매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팀의 다음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이 새벽 3시30분에 열린다는 점도 광고 판매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방송광고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16강에 진출한다면 광고 판매는 늘겠지만 그래도 기업의 광고 효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