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독서와 애국코드,전자책 열풍.'

교보문고가 올해 상반기 출판계의 주요 흐름을 분석해 뽑아낸 키워드들이다.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지난 3월 입적한 법정 스님 저서의 품귀현상이다. "다음 생에까지 말빚을 질 수 없다"며 저서의 절판을 당부한 법정 스님의 유언과는 반대로 대표 저서인 《무소유》를 비롯한 모든 책이 폭발적인 구매열풍을 낳으면서 품귀현상을 빚었다.

이에 따라 교보문고가 집계한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아름다운 마무리》 《일기일회》 《무소유》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등 4종이 10위권 내에 들었고,50위권 내에도 10권이 포함됐다.

또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천안함 침몰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범국민적 추모 분위기가 출판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 · 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애국코드'도 한몫 했다. 대표적인 수혜주가 권비영씨의 소설 《덕혜옹주》다. 이 책의 판매 정보를 분석한 결과 중심 소비층인 20~30대를 넘어 50대 이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전자책 열풍은 상반기 출판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올해 초부터 전자책 전용단말기가 쏟아져 나온 데다 스마트폰까지 가세해 전자책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디지털 교보문고의 전자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5%나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전자책 구매 비율은 지난해 15%에서 40.3%로 급증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의 영향도 커졌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경우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먼저 알려지면서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고,16만여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소설가 이외수씨의 트위터 글을 묶은 《아불류시불류》도 만만찮은 인기를 과시했다.

또 '인문학 붐'과 함께 인문서의 판매 비중이 전년 동기 2.6%에서 12.7%로 크게 늘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든 인문서도 전년 상반기 3종에서 올 상반기에는 7종으로 늘었다. 사회 곳곳에서 인문학 강연,인문학을 활용한 행사들이 다양하게 개최돼 인문학 학습 열기가 고조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교보문고의 전체 도서판매에서 베스트셀러 비중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도서의 판매 비중은 2008년 8.2%에서 올해에는 9.3%로 늘었다.

교보문고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7%가량 증가했다. 4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간 광화문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은 12.9%,인터넷서점은 18.0%가량 늘었다.

특히 기업의 독서경영 현황을 알 수 있는 에듀교보문고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61.6%의 급신장세를 보여 경기불황을 헤쳐나가는 방법으로 독서경영을 선택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