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등짐장수와 봇짐(보따리)장수였던 부보상(負褓商)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한 소매 유통업자였다. 부피가 큰 짐은 등짐,작은 짐은 봇짐으로 갖고 다녀 부보상 또는 보부상으로 불렸다.

5일장부터 일반 가정집까지 찾아 다니며 물건을 팔았던 이들이 평생 걸어다닌 거리는 얼마나 될까.

국립민속박물관은 "모시 생산으로 유명했던 충남 부여 · 한산 지역 부보상이 각 마을의 5일장을 돌아다닌 거리를 계산해 보면 한 달에 396.6㎞,1년이면 4759.9㎞를 걸었으며 30년간 부보상 생활을 한다면 지구를 3.6바퀴 도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는 1941년 충남 지역 향토학자 문정창이 쓴 《조선의 시장》을 토대로 계산한 것.이 책에는 한 무리의 부보상단이 은산 · 홍산 · 부여 · 임천장을 날마다 차례로 돌고 5일째 되는 날 쉬었다가 다시 돈다고 돼 있어 5일간의 이동거리를 계산하면 66.11㎞가 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충남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충남 지역 부보상과 장시(場市)문화를 보여주는 특별전 '부보상,다시 길을 나서다'를 24일부터 연다. 일제강점기 부보상 말살정책으로 전국의 상단이 소멸됐으나 모시를 많이 생산하던 부여 · 한산 중심의 충청우도 저산팔구(苧産八區) 부보상단과 예산 · 덕산 중심의 예덕상무사는 남아 명맥을 유지해왔다.

다음 달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특별전에는 현존 충남 부보상 단체들이 소장한 관련 유물과 중요 민속자료 등 250여건이 전시된다.

전시가 끝난 후에는 온양민속박물관(6월15일~8월22일)과 충남역사박물관(9월15일~10월17일)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진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