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는 음악 산업의 새로운 마돈나가 아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

'제2의 마돈나'로 불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성공이 마케팅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데뷔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행보 때문이다. 미국 광고전문지 애드버타이징에이지(애드에이지)는 최신호(2월22일자)에서 "핵심 상품 판매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데 레이디 가가를 따라갈 수 있는 마케팅 전문가는 없다"며 그의 사례를 자세히 분석했다.

레이디 가가는 2008년9월 '페임(Fame)'으로 데뷔한뒤 '저스트 댄스'와 '포커 페이스' 등 4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리면서 현재까지 800만장의 음반과 2000만개의 디지털 음원을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세계적인 침체속에 음반 판매에서 그를 뛰어넘은 사람은 영국의 수전 보일이 유일하다.

성장 속도면에서도 1980년대 마돈나를 앞선다. 마돈나는 데뷔한지 10년째인 1989년 '라이크 어 프레이어'를 발표하면서 펩시콜라와 마케팅 제휴를 맺었지만 레이디 가가는 지난해 11월 시작한 콘서트 '몬스터 볼 투어'에서 이동통신 사업자 버진 모바일과 손잡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화장품업체인 맥 코스메틱스는 이달초 '레이디 가가 립스틱'을 내놓기도 했다. 휴대용 즉석카메라로 유명한 폴라로이드는 레이디 가가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그가 디자인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스타일과 이미지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레이디 가가의 빠른 성공에는 소셜미디어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레이디 가가의 페이스북 '팬'(일촌)은 무려 520만명,트위터 '팔로어'(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는 280만명이다. 애드에이지의 사이먼 두멘코는 미국 연예산업에서 입소문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레이디 가가를 꼽고 있다. 레이디 가가가 뉴욕 맨해튼의 한 클럽에서 공연을 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면 즉시 유명 블로거들이 이 소식을 퍼뜨리는 식이다. 레이디 가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주 공연이나 촬영 관련 동영상을 올린다. 아방가르드한 패션과 팝아트 같은 뮤직비디오 이미지를 일상적으로 마케팅하는 공간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셈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두번째 앨범 '더 페임 몬스터' 발매 당시 수록곡 '배드 로맨스'의 뮤직비디오를 케이블채널 MTV가 아닌 자신의 홈페이지 레이디가가닷컴에서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 직후 레이디가가닷컴이 사용하는 유니버설뮤직의 서버는 접속자 폭주로 다운됐고 트위터의 '화제의 단어(트렌딩 토픽)'에는 '배드 로맨스'가 일주일 내내 올라와있었다. 맥의 레이디 가가 립스틱도 입소문을 타고 발매 즉시 매진됐다.

레이디 가가가 다른 유명 연예인이나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는 일이 잦은 것도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애드에이지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그는 마돈나와 함께 가죽 란제리에 부츠를 입고 NBC의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나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라이벌 비욘세 놀즈와 함께 듀엣곡을 부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볼쇼이 발레단과 협연을 하면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자신이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본떠 디자인한 모자를 쓰고,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가 채색한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다.

스티브 버만 유니버설뮤직 판매마케팅 담당 이사는 "레이디 가가는 모든 수단과 기술을 동원해 팬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팬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의 삶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레이디 가가에게 소셜미디어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무형의 무대인 셈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