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의 간판 발레리나 김주원씨(32)가 튀튀와 토슈즈를 벗고 노란 드레스에 8㎝ 하이힐을 신었다. 뮤지컬계를 주름잡는 안무가 이란영씨(41)는 안무가의 자리를 떠나 무대 위로 올라왔다.

정상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두 스타.이달 공연될 뮤지컬 '컨택트'를 통해 김씨는 뮤지컬 무대에 처음으로 서고,이씨는 안무가가 아닌 배우로 10년 만에 귀환한다.

'컨택트' 연습이 한창인 서울 남산창작센터.두 사람 모두 활기가 넘쳤다. "저는 최고도 아니고 일등도 아니에요.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도전하지 않겠죠.저는 새로운 도전을 늘 갈망하는 발레리나입니다. 부담감이요? 최선을 다하면 부담감을 느낄 겨를도 없어요. "(김주원)

"나이 때문에 못할 일은 없지요. 사실 오랫동안 놓고 있던 일을 다시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러나 도전은 활력과 열정을 주죠.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고요. 심지어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이란영)

특히 뮤지컬 '모차르트?m' 안무와 '컨택트' 준비를 병행하고 있는 이씨는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고 했다. 몸무게가 6㎏ 줄었다. '링거 투혼'을 발휘하면서 휴일에도 연습실에 나온다.

10년 넘게 무대에 서지 않아 굳은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뮤지컬 배우가 됐던 그가 배역에 맞춰 완벽한 발레 동작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도 힘들었다.

주위의 관심도 부담이었다. "저랑 같이 작업하던 배우들이 무대 앞자리에 앉아서 제 동작 중 무엇이 틀리는지 유심히 보겠다고 하더군요. 뮤지컬 배우에서 안무가로 전향했던 20대 후반보다 '컨택트' 출연 결정이 더 어려웠어요. "

김씨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이 끝나자마자 '컨택트' 연습실로 달려와 하루 12시간 이상 준비에 몰두했다. 연말이면 항상 섰던 '호두까기 인형'도 포기했다. 입단 후 처음으로 얻은 '장기 휴가'를 고스란히 '컨택트'에 쏟아붓고 있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 늘 단화나 운동화를 신었던 그는 하이힐을 신고 자이브,스윙,탭댄스 등 낯선 춤을 익히느라 고생했다. 몸으로 연기했던 그가 대사를 해야 하는 것도 어려웠다.

"토슈즈를 하이힐로 바꾼 것처럼 표현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

그래도 이들은 입을 모아 외친다. "도전은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김씨는 "뮤지컬 경험을 통해 내 몸이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진보하는 발레리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씨는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잊었던 배우의 속성을 새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안무가로서 잘하고 있다,난 바꿀 게 없다'란 자만심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배우의 감성을 잘 다루는 마술사같은 안무가가 돼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이들이 출연하는 '컨택트'는 수잔 스트로만의 안무 · 연출로 200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뮤지컬의 기본 요소로 여겨져온 노래 없이 춤과 적은 대사로 구성돼 있다. '뮤지컬인가 아닌가'란 논란을 일으켰으나 초연한 해에 토니상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호평받았다.

이씨는 에피소드 2(Did you move?)에서 '와이프' 역을 연기하고,김씨는 에피소드 3(Contact)에서 매혹적인 '노란 드레스 여인'을 맡았다. 8~17일 서울 LG아트센터,22~31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02)556-8556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