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을 섰다가 집을 날릴 위기에 처한 수빈은 실어증을 앓는 딸을 데리고 태국에 틀어박혔다. 돈도 없고 남편도 사라지고,한숨만 푹푹 내쉬며 살던 수빈 앞에 화려한 두건을 쓴 동양 여자가 나타난다.

그 인연으로 여자의 오빠인 부자 노인 '정 사장'의 도움을 받아 잃어버릴 뻔한 집을 되찾은 수빈에게 정 사장은 대가를 요구한다. 바로 집에 얽힌 온갖 사연을 지닌 사람들에게 살 만한 곳을 찾아주는 것.

그동안 부동산과 담을 쌓고 살아온 수빈은 정 사장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토지대장과 임야대장,부동산학 개론,부동산 등기 및 세법을 수험생처럼 공부하며 '내 집 마련의 여왕'으로 거듭난다.

부동산 문제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내 집 마련의 여왕》을 펴낸 소설가 김윤영씨는 이 작품을 쓰면서 '부동산 전문가'로 거듭났다.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 남편에게 "왜 빚까지 내서 집을 사야 하지? 미쳤어?"라며 핀잔했을 정도로 '레버리지 효과' 같은 재테크 기본기조차 전무했던 김씨.그러나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부동산 업계 취재와 공부에 몰두했다.

2006년 여름부터 서울 구석구석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누비며 100군데 이상의 집을 기웃거렸다는 김씨는 "이제 조금만 더 공부하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며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그런 김씨의 '발품'이 작품 곳곳에 반영됐다.

소설은 수빈의 좌충우돌 남의 집 찾아주기 여정을 유쾌하게 보여 주다 정 사장과 수빈의 남편에 얽힌 비밀을 슬슬 드러내며 대중의 취향을 잘 맞춘다. 중간중간 우리 사회의 부동산 투기 광풍을 꼬집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