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1Q84》(문학동네)는 국내 상륙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였다. 일본에서 발행 한 달 만에 180만부를 넘겼다는 소식이 골수 하루키 팬들을 자극했고 한국어판 출간 전부터 고액 선인세 논란 등 출판시장 최고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제목을 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같은 궁금증까지 불러일으키며 지난 8월 국내에 출간된 《1Q84》는 4개월도 안 돼 70만부(1,2권 합계)에 육박하고 있다. 하루키가 속편을 집필하고 있기 때문에 《1Q84》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쿨한 트레이너이자 킬러인 여성 아오마메와 소설가를 목표로 하는 학원 강사 덴고의 삶을 번갈아 비춘다. 아오마메는 스포츠클럽의 유능한 트레이너이면서 노부인의 부탁을 받고 여자들에게 몹쓸짓을 한 남자들을 살해하는 킬러이기도 하다.

덴고는 가까이 지내던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열일곱 소녀 후카에리가 쓴 '형식적으로는 미달이지만 잠재력은 대단한' 소설을 문학상 수상작이 될 만한 '물건'으로 고쳐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일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난 일들을 떠맡게 된 이들은 나름대로 평화롭게 일상을 살아간다. 아오마메는 살인을 저지른 후 낯선 남자를 헌팅해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덴고 또한 유부녀 여자친구와 부담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하는 일도 살아가는 곳도 다른 아오마메와 덴고의 연결고리는 소설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드러난다. 아오마메는 노부인으로부터 어린 소녀를 유린한 신흥종교 집단의 리더를 암살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덴고는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소녀 후카에리가 신흥종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흥종교뿐 아니라 아오마메와 덴고가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소설은 모호하게 끝을 맺는다.

《1Q84》는 신비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따온 제목은 숫자 '9'를 알파벳 'Q'로 바꿔(일본어에서 9와 Q의 발음은 동일)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낯선 세계를 암시한다.

1984년이 아닌 '1Q84'를 그려내는 하루키의 장치는 정교하다. 특히 '1Q84'의 세계에서는 두 개의 달이 뜬다는 설정은 소설 전체에 강렬한 인상을 부여한다.

또 소설 끝까지 정체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는 '리틀 피플',후카에리와 신흥종교집단 사이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것들,아오마메가 소설 마지막에 던져지는 모호한 상황까지 암시적으로 설명된 듯하면서도 온갖 의문이 솟도록 짜인 서사 구조는 재독(再讀)을 부른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