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나무들이 모였으니 좋은 숲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시 동인(同人) 중 역사가 가장 오랜 '시힘'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일근 시인은 이렇게 자부심을 드러냈다. 1984년 시작되어 올해 25주년을 맞은 시힘은 서정성을 공통분모로 모인 시인들의 모임.현재 고운기 김경미 김백겸 박철 안도현 양애경 정일근 최영철(이상 1기),김선우 김수영 나희덕 문태준 박형준 이대흠 이병률 이윤학(2기),김성규 김윤이 휘민(3기) 등 19명이 참가하고 있다.

시힘 동인들이 25주년 기념 동인지 《세상의 기척들 다시 쓰다》(북인 펴냄)를 발간하고,지난 5일 서울 서교동 씨어터제로에서 동인과 시인,독자들이 함께하는 낭송회를 열었다. 이날 낭송회에는 시힘 사상 '처음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진 동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낭송회는 동인들의 대담과 낭송,초대 손님들의 축하 무대 등으로 꾸며졌다. 눈길을 끈 건 원래 프로그램에는 없었다가 깜짝 추가된 축하 공연.선화예중 3학년 정은택군 등 네 명의 학생들이 나희덕 시인의 <배추의 마음>에 곡을 붙여 가곡으로 선보였다.

1980년대에 결성된 시힘이 지금까지 끈끈하게 이어져온 저력은 무엇일까. 김선우 시인은 "자주 만나지 않더라도 '다들 어딘가에 틀어박혀서 열심히 쓰고 있겠지' 하는 신뢰로 엮인 '느슨한 연대'가 비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인 결성을 주도했던 김백겸 시인은 "세월이 흐르면서 형식은 바뀌어도 시힘이 추구하는 서정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