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석유매장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 생산량 92% 차지,연방 재정의 80% 부담,875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국부펀드 운용,1조3000억원 규모의 루브르 박물관 분원 유치,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 '포뮬러 1'….

'두바이 사태' 이후 아부다비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일 파워의 도시국가에서 중동의 킹 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부다비의 힘》은 새로운 비즈니스 허브로 떠오른 아부다비의 경제 · 사회 · 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 등 그동안의 두바이는 화려한 꿈같았다. 세계 최대 최고층 건물이 건설 중인 그곳은 어느 곳보다 풍요롭고 부유한 곳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이제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아부다비다. "

아부다비가 속한 걸프협력위원회(GCC · 중동지역 6개 산유국)는 2010년부터 단일통화권 시대를 연다. 우리나라와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행정수반 도시이기 때문에 정부 기구와 대사관들이 몰려 있다. 중동 특수를 기대하는 종합상사나 관련 기업들은 아부다비를 상대로 거래 관행을 지켜간다.

이곳의 투자환경은 어떤가. 우선 중동 지역 최고의 정보기술 인프라를 갖췄고 항공 · 해운 · 금융 서비스도 뛰어나다. 수입관세는 5%이지만 원자재 수입관세는 없다. 건설 관광 산업 분야에서 향후 5년간 1600억달러 규모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전력과 가스는 세계에서 가장 싼 수준이고,인건비는 동유럽 국가와 비슷하다. 법인소득세나 부가가치세,개인소득세 등 일체의 세금이 없다. 다만 외국계 은행(20%)과 석유 등 에너지산업(50%)에만 법인소득세를 부과한다.

단점은 합작법인 설립 때 외국인의 지분소유가 49%까지만 허용된다는 것.지사의 경우는 외국인이 100%를 소유할 수 있다. 숙련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걸림돌.부동산은 외국인 소유를 금하고 최대 99년간 임차하는 것만 허용한다.

중동전문가이자 한국문화콘텐츠학회 부회장인 저자는 이곳의 비즈니스 관행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들은 사막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견과류와 향료,소금과 보석 등 오랫동안 부패하지 않는 상품과 고가품을 선호한다. 생선과 야채,육류와 과일 등의 거래에는 관심도 없으며 이를 하급 상행위로 여긴다.

또 몇개월씩 걸리는 카라반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모든 상업 관행이 '인내심 갖고 서두를 게 없다'는 식이다. 마음에 안들면 안 팔고 만다는 것.임대 아파트도 장기간 비워두는 게 예사다. 특히 협상이나 흥정 과정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나 친구처럼 예의를 갖추고 상면의 기회를 즐긴다.

오일 머니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돈이 풍부해 산업구조 다변화나 민간투자가 부진하다. 반면 정부 주도로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고,장관이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들과 협상할 땐 장기전으로 임해야 한다. 모든 결정은 최고위급에서 나오고 담당자는 그냥 '담당'만 한다. 인맥 관리도 중요하다. 선물용품으로는 인삼제품과 전통공예품 등이 무난하다.

저자는 "다목적 관광허브를 추구하던 두바이가 삐끗한 사이 아부다비는 이슬람 도시국가로서 새롭게 아랍문화의 전형적 도시를 창조했다"고 평가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