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끌어올리기에 급급한 방송사의 제작 관행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9일 KBS 2TV '미녀들의 수다' 방송 중 한국의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성들을 '루저(loser · 인생 패배자)'라고 발언한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녀,여대생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 초대 손님으로 나온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와 사귈 수 있다"라는 질문에 "키 작은 남자가 싫다. 외모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에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말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 등엔 그녀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이 여대생의 신상정보,학교생활,과거사 등 사생활과 일거수 일투족까지 인터넷에 퍼뜨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악플에 묻혔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이 여대생은 자신의 미니 홈피를 통해 "대본에 따른 것"이라며 사과와 함께 해명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 제작 관행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작진이 "출연자에게 대본을 강요하는 일은 없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1시간 만에 슬그머니 내리자 비난의 강도는 더 강해졌다.

자신의 ID를 'GMKKK'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생방송도 아닌 중계방송에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소재 고갈로 이처럼 자극적인 방송을 내보냈다는 인상이 강한 만큼 종영하는 게 공영방송으로서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루저' 발언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미수다'가 시청률 반등을 노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미수다'의 시청률은 최근 6%대로 떨어졌다. 이 여대생은 과거에 지상파에 출연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