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안에서만 미술품을 보라는 법은 없다.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아직은 따뜻한 가을햇살을 받으며 바깥에서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서울에서도 여럿이다. 정말 마음먹고 조각작품을 보고 싶다면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에 가는 게 좋다.

도심에서 잠시 미술작품과 단풍을 보며 짧은 산책을 하고 싶다면 서울 신라호텔 내 야외 조각공원이 괜찮다. 우장근린공원은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 중 산책코스나 조깅코스에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린다.

서울에서 야외 조각공원이 가장 잘 조성돼 있는 곳은 송파구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이다.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에는 작품 118여점이 전시돼 있다. 소마미술관에 가려면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에서 내려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게 빠르다.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을 둘러보는 방법은 보통 미술관 앞쪽 기획전시마당,그 뒤편에 있는 대초원,대초원을 지나면 나오는 조각의 숲 순으로 잡으면 편하다. 조각공원에 전시된 작품을 모두 관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다. 전시된 작품들에는 별도의 설명이나 작품명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먼저 소마미술관에 들러 팸플릿을 얻는 게 좋다.

기획전시마당에 들어서면 웬만한 건물 높이를 웃도는 대형 조각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은빛 반구체들이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른 듯한 형상을 한 작품은 작가 문신의 '올림픽-화합'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의미로 제작됐다.

주변 높은 건물들의 '덩치'에 전혀 짓눌리지 않을 정도로 높아 첫눈에 이목을 끄는 작품이다. 기획전시마당을 벗어나 대초원으로 가면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는,미국 작가 조지 리키의 '비스듬히 세워진 두 개의 선들'이 보인다. 태극기의 음양 등 한국적 전통과 작가의 고향인 스페인적 요소를 융화했다는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의 '하늘 기둥'도 눈이 가는 작품이다. 조각이 대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듯한 형상을 한 루마니아 작가 알렉산드루 아기라의 '열림'도 볼 수 있다. 조각의 숲에는 대형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으로 끝이 아니다. 올림픽공원 곳곳에도 많은 미술작품이 설치돼 있으니,공원을 산책할 겸 천천히 돌아다녀도 좋겠다.

이달 22일까지 '오텀 인 소마' 행사가 열린다. 작은 음악회,디지털 삼인삼색 영화 상영 등의 행사가 매주 토요일에 있다. 이 기간 중에는 소마미술관 입장료가 50% 할인된다. 소마미술관 본관은 월요일에 휴관이고,조각공원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며 별도의 관람료는 없다. 홈페이지(www.somamuseum.org) 참조.

서울 신라호텔 안에 있는 야외 조각공원은 잘 가꿔진 정원에 조각 작품 70여점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신라호텔 영빈관 뒤편으로 가면 작은 공터가 있는데,오른쪽에 야외 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작은 돌계단길이 있다. 이끼가 낀 위로 붉은 낙엽들이 떨어진 돌계단을 밟고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조각공원이다.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주로 현대 작가들이 제작한 것이다. 고정수의 '눈을 감으면 더욱 잘 보이느니'와 '여인 좌상',유영교의 '두자매',김창희의 '쌍 무지개',김정숙의 '비상'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 대부분은 난해하지 않아 둘러보기 편하다.

신라호텔 야외 조각공원의 장점은 잘 조성된 풍광이다. 정원사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원수가 있는 계단 입구에 발을 디디면 단풍이 든 나무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조각들을 둘러보며 위로 더 올라가면 잘 보존된 서울성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짧은 산책로가 펼쳐진다.

산책로 옆에는 조각작품들과 함께 여전히 단풍을 지니고 있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운치가 있다. 마침 은행나무 옆에 자리를 잡은 작품 '모정'을 보니 가을이 더 실감났다.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어린아이의 팔 위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이 수북했다. 조각공원 끝에 있는 팔각정에서는 서울 시내가 잘 보인다.

서울 강서구 우장근린공원에는 '우장산 조각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주택가에 인접한 공원 내 일직선으로 놓인 이 길을 몇걸음 걷다 보면 조각작품이 연이어 보인다. 모든 조각작품에는 작품명과 작가뿐 아니라 간단한 설명도 있어 이해하기 쉽다.

조각작품 사이사이에는 조지훈의 <승무>,박목월의 <나그네>,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등 명시가 걸려있다. 산기슭에 조성된 공원답게 숲이 울창해 단풍을 구경하고 낙엽 밟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우장근린공원에 가려면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가는 게 지름길이긴 하지만,아쉽게도 출입문 개방시간(오전 4~8시,오후 7~11시)이 정해져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