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년에 이르는 지루한 법정 공방을 이어왔던 박수근의 '빨래터' 진위 논란이 법원의 1심 판결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일단 법원은 빨래터가 '진품이라고 추정된다"며 서울옥션의 손을 들어줬지만 위작 의혹 제기로 인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언론 행위로 판단해 피고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양측은 모두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면서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원래 이 소송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 진품임을 인정받기 위한 것인만큼 우리의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피고 측 감정위원으로 참여했던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기각'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재판장이 위작인지 아닌지 여부는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한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번 사건은 격주간 미술잡지 '아트레이드'가 2007년 12월 발행된 2008년 1월 창간호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옥션에서 경매된 박수근의 '빨래터'가 위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미술품 경매 전문회사인 서울옥션이 2007년 5월 경매에서 판매한 작품으로 45억2천만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작품이다.

서울옥션은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2008년 1월 협회 부설 감정연구소는 오광수 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감정위원 20명의 감정을 통해 진품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아트레이드측은 감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하며 계속 위작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문제가 불거진 뒤 한 달여인 1월24일 서울옥션이 아트레이드의 류병학 편집주간과 발행인인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해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내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이후 상황은 과학감정 논란으로 이어졌다.

처음 '빨래터'가 진품이라고 판정했던 미술품감정연구소가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연구원 정전가속기연구센터와 일본 도쿄예술대 보존수복유화연구실에 의뢰해 과학 감정한 결과 진품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곧바로 미술품 과학감정 전문가인 최명윤 명지대 교수가 과학감정 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결국 '장외' 과학감정에서도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데는 실패했다.

법원도 올해 초 작품에서 빨래터에서 두 부분을 미세하게 떼어내 이를 각각 양측이 추천한 감정인이 감정하도록 했으나 역시 양측의 감정 결과가 엇갈려 다시 법정에서의 과학감정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옥션은 재판 막바지 '빨래터'의 원소장자로 알려진 미국인 존 릭스를 증인으로 내세워 '진품'임을 주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릭스가 서울옥션에 작품을 판매한 인물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