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은 언제나 수평과 공존할 때 그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물질과 정신,이성과 감성,행복과 불행 등 대립되는 현상도 다를 게 없죠.서로 다른 가치 체계가 공존하는 현상을 미술적 언어로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해왔습니다. "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개인전(29일~11월26일)을 갖는 서양화가 최인선씨(47 · 홍익대 교수)는 "수직은 자연의 영원성,우리가 꿈꾸는 이상이며 수평은 인간적이고 가시적인 감성의 세계를 의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겹겹이 쌓여 질주하는 색채들 사이로 시각 형태를 드러내는 '색채 풍경화'와 '추상적 풍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가. 자연이나 인간은 서로 다른 개념을 융합한 '모자이크'라는 점에 천착하며 초기 '모노크롬'(1986~1997년),'기호의 시대'(1998~2005년)를 거쳐 2006년부터 이미지가 드러나는 추상적 풍경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도 '풍경적 추상'이다. 출품작은 근작 60여점.가로 2.59m,세로 6m 크기의 '미술관 실내'라는 대작에서 보듯 그는 색띠를 수평으로 쌓아 수직으로 만들고,거기에 의미를 부여해 서로의 존재감을 묘사했다. 캔버스를 과감히 비대칭 면분할로 나눈 후 거침없는 붓질로 묘사한 풍경들이 흥미롭다.

"색띠라는 추상 단위를 모아 하나의 풍경화를 만들고 미술의 역사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각기 다른 색채의 가치를 인정하는 색을 수평으로 나열했고 그 색들이 커다란 미술관의 역사를 만들어냈죠."

'우리는 모자이크화다'라는 작품도 현대인의 개성을 추상적 풍경 형태로 풀어낸 것이다. "각기 다른 개성의 개개인에 색을 대입해봤습니다. 인종과 신분,성장 배경에 색깔 코드를 부여해 수직과 수평으로 나열하면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풍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그는 과거에서 미래를 비춰내기도 하고 작은 것들을 확대해 커다란 형상으로 재창조하기도 한다. "하늘을 작은 단위로 확대하면 추상화가 됩니다. 하지만 작은 단위가 합쳐지면 본래의 하늘이 돼죠.제 회화는 창조 신화에 은유적으로 접근한다고나 할까…."

예향 광주에서 태어난 최씨는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현대 회화를 공부했다. 상복도 많다. 1992년 중앙미술대전 대상과 1994년 국전 우수상을 받았고 제1회 세오작가상(2005),문화관광부장관상(2002),하종현미술상(2003) 등을 받았다. (02)542-554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